재벌 사외이사, 침묵 일색…'경영진과 다른 의견' 단 3명
1년간 ‘반대’표 던진 비율 0.67%
2025-07-20 11:48:38 2025-07-20 11:48:3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주주·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지 27년이 지난 사외이사 제도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수가 학연·지연으로 얽힌 정관계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탓에 고액 보수만 챙겨가는 거수기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1개 그룹 소속 122개 상장사는 작년 한해 총 1222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 3575건의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횟수는 6개 안건, 18차례였고, 그나마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 동조해 함께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15건이었습니다.
 
경영진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소신껏 의사 표시한 경우는 모두 3건이었고, 이 중 2건은 동일인이었습니다. 전체 사외이사 449명 가운데 1년간 이사회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독립적인 입장이나 의견을 표명한 사외이사의 수가 3명(0.67%)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상 며칠 전부터 안건을 사전 조율하기에 통과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독립성 결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 내 의무선임비율을 4분의 1이상에서 3분의 1이상으로 상향하는 등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런 제도적 맹점이 여전하다면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사외이사의 독립성뿐 아니라 전문성을 담보할 수단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독립성 때문에 안건 반대율이 낮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 안건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있는지 두 가지 측면을 다 봐야 한다”면서 “정말로 경영진 의견에 찬성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이 없어서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과연 독립이사로 이름만 바꿨다고 진짜 독립된 이사가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독립성이 중요한지 전문성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면서 “관계 출신과 교수가 많은 우리와 확연히 차이가 있는 해외 주요국 이사회 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