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국형 스타게이트’ 첫발…SK, 울산AI데이터센터 가보니
최태원 퀀텀점프 야심작…·AWS 맞손
하이브리드 냉각 적용…27년부터 가동
2025-11-02 06:00:00 2025-11-02 10:51:42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난 29일 찾은 울산 항구 인근의 미포산업단지. 축구장 11개 규모, 연면적 2만㎡가 넘는 부지에는 한국형 스타게이트로 첫 삽을 뜬 ‘SK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묵직한 기계음으로 채워진 현장에는 굴착기 5대가 동원돼 터파기 작업을 하며 토사 걷어내기에 한창이었고 한쪽 땅에는 철골을 세우기 위한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공정률은 5% 수준으로, 눈앞의 흙먼지가 곧 수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가 대열을 이루는 AI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 중인 SK AI DC 울산 현장에서 기초공사가 진행중인 모습.(사진=SK)
 
“이쪽으로 오세요. 안전모 끈 꼭 매시고요” 현장 담당자의 안내를 따라 부지 안쪽으로 들어서자 ‘과속금지’, ‘말로 하는 안전보다 실천하는 안전으로’ 등 곳곳에 붙은 안전 문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강조된 플래카드는 현장 곳곳에 자리했고 사무실 내부에는 가상현실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 VR장비 2대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AI데이터센터는 고성능 AI 연산을 위해 고전력을 기반으로 냉각과 네트워크 역량을 갖춰야 하는 첨단 시설인 만큼 안전사고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중요하다는 게 현장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김재석 SK브로드밴드 AI 데이터센터 기술본부장은 “SK AI데이터센터는 설계부터 AI전용으로 만들어져 대규모 GPU를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첫 AI전용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라면서 “서버가 최적의 상태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경쟁력은 바로 ‘AI 데이터센터’라는 데서 나온다”며 “일반 데이터센터는 장비와 네트워크를 단순 임대하는 방식이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고도화된 AI 서비스 제공은 물론 AI 자체의 학습과 추론까지 가능하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동규 SK에코플랜트 현장소장이 SK AI DC 울산 시공 관련 사안을 기자단에 브리핑하는 모습.(사진=SK)
 
실제 SK와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7조원 규모의 투자로 조성하는 ‘SK AI데이터센터 울산’은 6만장의 GPU가 들어가는 100메가와트(MW)급 전력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야심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8월 열린 기공식에서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에너지·정보통신·반도체에 이은 그룹의 4번째 퀀텀점프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산업 전반이 AI를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이 커진 까닭입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가를 위해 방한한 맷 가먼 AWS CEO 역시 서밋 개최 당일 새벽 울산 데이터센터 부지를 둘러보고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K는 울산 AI DC에 이어 오픈AI와도 서남권 AI데이터센터를 도입해 동서를 연결하는 AI 벨트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가스·케미칼·하이닉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며 그룹사의 역량도 집결시켰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인프라 구축을 맡았고 SK가스는 주요 인프라 공급사로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당 LNG는 연료 형태로 SK멀티유틸리티(SKMU)로 이송, 이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데이터센터에 공급됩니다.
 
상업 운전 중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 LNG탱크.(사진=SK)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울산을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정부의 AI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할 방침입니다. SK그룹의 AI 전략이 현실의 콘크리트 위에서 서서히 모양을 갖춰 가는 것입니다.
 
이동규 SK에코플랜트 현장소장은 “일반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전력밀도는 최대 10배, 발열해소를 위한 냉각용량 역시 10배 이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고발열, 고전력 장비로 구성되는 AI 데이터센터가 최고 성능을 안정적으로 내는데 시공의 초점을 맞췄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소장은 또 “정밀 장비의 경우 온도 편차 0.1도가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냉각 방식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며 “서버와 IT장비 등이 집약돼 있는 고밀도 랙의 효율적인 냉각을 위해 공랭과 수랭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냉각 구조가 적용되고, SK멀티유틸리티의 LNG 열병합 발전소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AI데이터센터 울산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라며 “2027년 41메가와트(MW를) 우선 가동하고 장기적으로는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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