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까지 또 '1년'…G2 언제든 '전면전'
백악관, 회담 결과 팩트시트 공개
추가 관세·희토류 통제 '1년 유예'
2025-11-02 17:16:20 2025-11-02 17:16:2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1년 연장하기로 하고,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의 불길은 일단 멈춘 모양새입니다. 사실상 일시적인 휴전 조치로 양국의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셈인데요.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중의 무역 합의까지 또다시 1년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그 사이 양국의 무역 경쟁이 언제든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 무역법 조사도 1년간 '중단'…미·중 군 채널 구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1년짜리 휴전에 그친 미봉책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안정됐다는 메시지를 거듭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G2(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모두에게 매우 훌륭한 회담이었다"며 "이 회담은 영원한 평화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개최 이틀 만인 이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담긴 '팩트시트'(설명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미국은 100% 추가 관세 부과 시한을 1년 연장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급증한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들어온다는 이유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했던 관세도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고, 중국은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양국이 상대방 국가의 선박에 부과했던 입항 수수료도 철회했습니다.
 
또 미국은 중국의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해 무역법 301조(국가안보 위협)와 관련한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고, 중국도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두 가지 조치 역시 유예 기한을 1년으로 제한했습니다. 당초 미·중 무역 휴전은 오는 10일 종료 예정이었는데, 이번 회담으로 휴전 기간이 1년 더 연장된 겁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대중 추가 관세 부과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각각 1년씩 늘어난 만큼 당장 세계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은 회담과 별개로 양국은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군 대화 채널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미·중 정상이 무역 휴전에 합의한 것은 갈등이 장기화되면 양국 모두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각 산업에서 차질을 빚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확보를 위해 자국 내 희토류 광산 개발 및 생산을 장려하고, 일본·호주와 희토류 동맹까지 맺었습니다. 최근 주요 7개국(G7)이 '핵심 광물 생산 동맹'을 출범시켜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대응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농민층에 직격탄이 될 전망입니다. 미국 대두 주산지인 중서부 '팜벨트'(아이오와·일리노이·네브래스카주)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스윙벨트'로 꼽힙니다. 내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를 약속받으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결했다는 성과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희토류 두고 갈등 재점화 가능성…"일시적 숨 고르기"
 
하지만 미·중의 합의는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어느 한쪽의 합의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도 있어 양국의 합의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조치에 대해 "1년 후에 우리가 해왔듯이 연장될 것이고, 내 생각엔 일상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희토류와 관련해선 수시로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년 뒤 혹은 그전에라도 갈등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미·중 갈등 관계의 근본적 구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대니얼 배허 전 미 무역대표부 보좌관은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미국은 대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양국은 휴전을 다음 무역 전쟁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과 관련해 "중국 내 공급문제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는데요. 미국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등 첨단 기술 수출을 통제해온 만큼, 향후 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재개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미·중의 민감한 사안인 '대만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만큼,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양국 간 갈등을 재점화할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내년 4월 중국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의 관계를 정립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미·중 정상이 모두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다시 붙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가장 센 카드였기 때문에 향후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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