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트륨·당류 저감제품 체험행사에 전시된 나트륨 저감 편의점 도시락(앞줄)과 치킨(뒷줄).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동지훈 기자]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에 비해 1.6배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트륨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트륨 섭취 저감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의 시발점은 어린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환경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어린이들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영양 성분을 살펴보니 나트륨 1일 섭취 권고량을 넘어서는 제품도 있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술 지원을 받아 나트륨 저감 제품을 출시한 지 불과 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겁니다.
여전히 짠 식탁…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 권고치 '1.5배'
14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우리 국민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으로 조사됐습니다. 2011년(4789㎎)와 비교하면 34.5%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WHO 권고 기준인 2000㎎보다 약 1.6배 높은 수준입니다. 나트륨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지만 과잉 섭취할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2012년부터 나트륨 저감을 위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식약처가 나트륨 섭취량 저감 정책 활성화를 위해 주목한 먹거리 중 대표적 사례는 편의점 도시락입니다. 편의점 도시락은 유명인을 앞세운 제품이 많고 종류도 다양해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꼽힙니다.
식약처와 편의점 업계의 협업 결과물은 2021년 나왔습니다. 당시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 기술 지원을 받아 출시된 편의점 도시락은 '반반한 고기밥상 도시락', 'NEW 정성가득비빔밥'(이상 CU), '씩씩한 꿈나무 도시락'(미니스톱) 등입니다. CU에서 판매한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은 100g당 각각 287㎎, 283㎎이었는데 식약처 지원을 받은 뒤에는 211㎎, 250㎎으로 줄었습니다. 미니스톱 도시락의 나트륨 함량은 237㎎에서 163㎎으로 30% 저감됐습니다. 통상 편의점 도시락 중량이 500g인 점을 감안하면 제품 하나에 들어간 나트륨이 최대 1250㎎을 넘기지 않는 셈입니다.
편의점 도시락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한 식약처는 다음 목표로 삼각김밥을 지목하는 한편 다른 도시락 제품군의 나트륨 저감도 확장한다는 기조를 정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21년 나트륨 함량을 줄인 편의점 도시락과 치킨 제품이 출시된 이후 현재도 관련 업체들과 지속적인 나트륨 저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약처 정책 방향과 달리 소비자가 간단한 한끼를 위해 찾는 편의점 먹거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저마다 식약처 지원으로 개발한 나트륨 저감 상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편의점 10곳 중 '저염 도시락·삼각김밥' 판매 'ZERO'
취재 기간 동안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과 종각 일대 편의점 10곳에서 저나트륨 도시락·삼각김밥 판매 여부를 살펴본 결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간편식 매대에는 편의점에서 추진한다던 '건강식' 코너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종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45)는 "최근 나트륨 저감 도시락을 납품 받은 적은 없다"며 "올해 상반기 나트륨을 줄인 면 종류는 본 것 같긴 한데 이 역시 근래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난 편의점주 B씨(58)는 "저나트륨 도시락은 몇 년 전에 잠깐 나왔었고,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많다"며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더라도 굳이 편의점에서 건강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없는 것도 맞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소비하는 편의점 먹거리의 나트륨 포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편의점 도시락은 일일 WHO 나트륨 섭취 권장치인 2000㎎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춘천식고구마닭갈비'는 400g에 2796㎎, '한끼만족7첩한상'은 중량 421g에 나트륨 2570㎎, '한끼만족뉴최애11첩'은 485g에 2140㎎, '한끼만족11첩수반상'은 497g에 2130㎎이 함유됐습니다. 하루 섭취 권장량 이상의 나트륨을 편의점 도시락 한 끼로 초과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트륨 섭취 권장량에 육박하는 도시락도 다수였습니다. GS25의 '한상가득도시락'은511g에 1747㎎, CU의 '압도적플러스불백김치'는 398g에 1860㎎, '뉴백종원매콤불고기'는 436g에 1830㎎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외 편의점 도시락의 중량(400~500g)에 포함된 나트륨은 평균 1100~1600㎎ 사이였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 간편식으로도 애용되는 삼각김밥의 나트륨 함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븐일레븐의 '더커진비빔밥참치마요네즈'는 155g에 960㎎의 나트륨이 포함됐습니다. CU의 '3XL김치볶음참치마요'는 167g에 910㎎, '참치마요전주비빔더블'은 204g에 970㎎입니다. GS25의 '참치김치볶음'과 '스팸마요참치볶음밥'은 약 100g 상당의 중량에 791㎎, 724㎎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간편식에 대한 나트륨 저감 상품 노력 대비 소비자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저감 상품 판매와 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 '저염식'이 완제품이 아니라는 소비지 인식이 있는 상황"이라며 "간편한 음식을 구매하는 편의점 특성상 건강 관련 식품보다 기호에 맞는 상품 구매 수요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업계 역시 나트륨 저감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 건강 증진 노력의 일환으로 샐러드, 닭가슴살, 저염 샌드위치 등 '건강'이란 키워드와 좀 더 연관이 있는 상품 위주로 개발 및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정 기자·동지훈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