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40년 묵은 도급제 최저임금 논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등 도급제·플랫폼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별도로 적용할지를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본격적인 논의 중인데요.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해 앞으로도 치열한 공방이 전망됩니다.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차 전원회의 개최…최종 타결까진 먼 길
최임위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심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도급제·플랫폼 종사자의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와 배달기사, 택배기사 등 도급 근로자의 최저임금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도급 근로자는 배달기사와 택배기사같이 △배달 건수 △운송 실적 등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직종을 뜻합니다. 통상 이들의 계약은 위탁이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및 감독을 받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현행법상 가능하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최저임금위에는 노동자성 논란보다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마련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급 근로자) 보호와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경영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최저임금위 권한 밖의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생존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최저임금 안정이 우선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근로자성 모호 △지급 주체 불명확성 △산정 방식 한계가 대표적입니다. 최종 심의까지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과 기업 및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느냐에 따라 최종 결론이 지어질 전망입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에 규정된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별도 정립' 조항을 40년 만에 실질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실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음에도, 수십 년간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과 기본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 △대기 시간 △이동 시간 △업무 준비 시간 △정리 시간 등을 포함해 최소한의 시간당 보수를 산정해 실질적인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기술을 통해 노동자들의 업무 수행 시간을 초 단위까지 관리하고 있어 노동시간 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플랫폼은 특정 시간대에 일정 건수 이상 배달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미션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의 업무 시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반 외근 노동자보다 노동 통제가 더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부위원장은 "도급제 최저임금 산식이 마련되면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보수제' 논의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며 "이미 화물차주의 안전운임제처럼 건당 보수를 기준으로 적정 소득을 보장한 국내 사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종마다 보수 체계가 달라 단일 기준이 마련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통 기준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간당 순수익이 최저임금 수준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고, 여기에 경비와 사회보험료를 반영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업종별 경비 수준 정도"라고 했습니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 "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한 정책적 의지 중요"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현행 법체계 불일치와 현실적인 산정 불가능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라고 봅니다. 도급제·플랫폼 종사자는 상당수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정 종사자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최임위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밖의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시급이 아닌 업무량과 이동 거리, 소요 시간 등을 반영해 별도의 최저임금 기준을 만드는 것은 행정적·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경영계 관계자는 "최저보수제가 도입되면 현재 화물업계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도급을 활용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저 보수든 최저임금이든 경영계에는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임위 논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근로자성이 명확히 인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계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선 "실제로는 검증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아직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가 강행될 경우 현장 혼란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노동계가 직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는 것 역시 일정 부분 업종별 특성을 인정하는 논리로 볼 수 있다"며 "경영계는 그동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플랫폼 종사자도 별도 법률이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고용보험처럼 노동시간을 반영해 건당 수수료가 최저임금 수준에 도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며 "이는 수수료를 임금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 취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근로자성 인정 여부보다 플랫폼 노동자 등 보호를 위한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며" 유럽도 사회적 보호 필요성에 따라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