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가 올해 만료되는 가운데 생명보험 업권의 해묵은 숙원과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일방적인 압박과 규제 행정에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당국 메시지를 업권에 전달하는 전달자 역할에 그쳤다는 혹평도 나옵니다. 김 협회장은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를 거친 거물급 관료 출신으로 기대를 모은 터라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는 평가입니다.
생명보험협회 건물 전경(왼쪽)과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 ChatGPT 합성)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11일 임기를 시작한 김철주 생보협회장은 오는 12월8일로 지난 3년간의 임기를 마칩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청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29회 행정고시로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박근혜정부에서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2014년 8월)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2016년 2월)을 지냈고 정권 교체 이후엔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 부소장(2017년 5월) △금융채권조정자위원장(2021년 5월)을 역임했습니다. 2023년 12월 제36대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추대됐습니다.
임기 첫해인 2024년에는 고금리·저성장 등 녹록지 않은 업황을 고려해 △본업경쟁력·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지원 △신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기반 다각화 △사회적 책임 확대와 고객신뢰 제고 △리스크 관리 등 4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어 2025년에는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와 금리 하향 추세, 시장 포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환경 변화와 건전성 규제 강화 적극 대응 △소비자 신뢰 제고 및 사회적 책임 이행 △생명보험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2026년에는 라이프 케어 산업으로의 도약을 주제로 △보험소비자 보호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보험 본업의 경쟁력 강화 △신시장 진출 선동 등 4가지 핵심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당국과 '소통' 않고 '눈칫밥'만
김 협회장이 이끈 생보협회는 2024년 초 생보업계의 최대 히트 상품이자 핵심 먹거리였던 '단기납 종신보험(5년·7년납)'의 환급률이 130%를 넘어서자 금융감독원이 과당 경쟁 및 불완전판매 요인으로 제재를 적용할 당시에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당국 눈치를 보느라 당국 기조에 맞춰 '과당경쟁 자제 권고'를 회원사에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종신보험 시장이 축소되면서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 확보에 고심이 크던 생보사들은 결국 고수익 상품 라인업을 줄여 나갔습니다. 지난해에도 손해보험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간병·메디컬 등 제3보험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했으나 손보업계 독과점적 지위를 깨뜨릴 만한 실질적인 규제 완화나 제도적 돌파구를 던져보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요양시설과 시니어 케어 등 실버산업으로의 진출 역시 임기 내내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국토교통부나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간의 부처 조율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매년 외친 핵심 과제들은 아직까지도 진척이 없습니다.
최대 회계적 이슈인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에 따른 부정 영향에 대해서도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생보사들이 IFRS17를 적용하면서 보험계약마진(CSM)으로 이익을 부풀리는 계리적 가정을 사용한다며 강력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시켰지만, 별다른 저항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금융권 밸류업(주주환원 확대)' 기조 속에서도 생보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에 묶여 역대급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못하는 대참사를 겪었습니다. 기재부 출신 거물 관료가 협회장으로 앉아 기재부·금융위·금감원 간의 정교한 정책 조율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당국의 획일적인 조치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신·화보협 선례, 인선 기류 '민간'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 출신은 금융당국 및 국회 등과의 풍부한 네트워크,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 규제 완화를 이끌고 업계의 입장을 잘 전달해 준다는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그런 맥락을 고려하면 김철주 협회장은 적극적인 업계 이익을 대변했다고 보기엔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관료 출신의 인사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은 시장 이해도가 높고 업계 이익을 사수할 수 있는 민간 출신의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금융권 다른 협회들도 관료 출신 대신 시장 전문가를 선임하는 분위기입니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제14대 여신금융협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고, 화재보험협회 역시 지난달 말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를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했습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관 출신보단 민간 출신을 선호한다는 말이 얼핏 있긴 했었다"며 "최근 여신금융협회나 화재보험협회 모두 민간 출신을 기용하다 보니 이런 뒷말들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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