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대장동 ‘항소장’ 제출한 검사는 왜 없었나
‘단독 관청’ 검사, 상부 결재 없이도 ‘항소장 제출’ 가능해
법조계 “수사팀, 대검 지시 수용한 것…집단행동은 모순”
검찰 보완수사권, 결국 폐지될까…“민주당 각성했을 것”
2025-11-12 06:00:00 2025-11-12 08:31:31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검찰의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 사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장동 수사팀은 물론 검사장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 여부가 곧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란’에 가까운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검찰청의 항소 부제기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지시를 거부하고 항소할 수는 없었을까요. 
 
대장동 수사팀은 얼마든지 항소할 수 있었습니다. 검사는 단독 관청으로서 상부 결재 없이도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상부 결재는 검찰 내부 절차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검찰청의 항소 부제기 지시에도 대장동 수사팀의 항소 의지가 있었다면 절차적으로 가능했던 겁니다. 
 
‘한밤의 검란’을 일으킨 대장동 수사팀과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주장에서도 수사팀이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었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납니다. 당시 대장동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하겠다는 뜻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결재를 거쳐 대검 지휘부에도 보고된 상황이었습니다. 검찰 직원까지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수사팀이 대검 지시에 반해 항소장을 제출했다면 징계를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실제로 검찰 내에선 징계 위험에도 불구,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검사들이 있습니다. 2012년 과거사 사건에서 백지 구형 지시를 거부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이 그들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사진=뉴시스)
 
그러나 대장동 1심의 경우 수사팀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그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지 않음으로써 상부 지시를 수용한 겁니다. 검찰 중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검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지시를 거부하고 항소장을 제출하면 된다. 공무원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지 않느냐”며 “본인들이 지시를 수용하고선 ‘왜 시켰냐’라고 하는 건 모순적 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항소는 법적으로 재량의 영역”이라며 “재량 판단권은 상부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진우 지검장의 사퇴엔 더욱 의문이 생깁니다. 정 지검장이 책임지고 수사팀이 항소하도록 할 수 있지 않았냐는 겁니다. 한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정 검사장이 정말 결단할 생각이었다면 항소 제기 지시를 내리고 사표를 내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결국 따를 건 다 따르고 뒤늦게 사의를 표한 건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사팀과 검사장들은 왜 집단행동을 한 걸까요.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 상당수는 (강압수사 의혹 관련) 감찰 리스크를 상당히 뭉개는 효과를 이미 거뒀다”며 “검사장들은 기본적으로 구경꾼에 불과하다. 인사나 검찰청 폐지로 정부에 감정이 안 좋은데 얼씨구나 꽹과리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일선청 보통의 검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미동도 없다더라”며 “맨날 언론에 나오는 사람들만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은 다시 검찰 개혁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청이 사라지게 됐지만, 보완수사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검찰에 유리한 국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또다시 선택적 집단행동을 하며 스스로 재앙을 불러왔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이진석 법무 차관과 노만석 대행이 ‘검찰을 위한 결단’을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존폐 기로에 선 검찰 입장에서 보완수사권 유지를 위해 성의를 보이려고 했을 수도 있다”며 “검찰 수뇌부 입장에서 반전을 노리려고 했지만 결국 민주당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보완수사권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이재명정부의 인사 실패가 드러났다”며 “노만석 대행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권 초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정부 입장에선 차라리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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