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교단체 간판 내건 자연장지 사업…전직 보좌관 가담
종교단체 탈 쓴 편법 지적받는 사업에 전직 보좌관 C씨 참여
"수목장 관련 예배 드려야"…온라인 대화방서 '참여' 지시
연천군청 "허위 신도 문제 확인되면 사업 재검토 해야"
2025-11-12 06:00:00 2025-11-12 08:17:00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실제로 종교 활동을 하지 않으며 수목장 허가만을 노린 '가짜 교회' 사업이 벌어지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서는 종교단체에게 자연장지에 관한 각종 특혜를 줍니다. 그러다 보니 장묘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페이퍼 교회'를 만들어 장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도 법원이 이미 '허위 신도'라고 판결한 종교단체가 장소만 바꿔 재시도하는 편법입니다. 더구나 여기엔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참여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 위치한 한 종교단체는 미산면 일대에서 자연장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교단체에 대해선 가짜 교회 의혹이 나옵니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과 교회 앞 편의점 직원들은 해당 교회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출입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교회 인근의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일요일 외에는 교회에 아무도 없다. 주중에 목사가 오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며 "예배를 드리는 사람 중 동네 사람은 없다. 다들 한두 시간씩 차 타고 서울이나 인근 도시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편의점 직원도 "평일은 정말 해당 교회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일요일에 오는 차 모두 서울 쪽에서 오는 차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소재 종교단체. 평일 방문한 종교단체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이 종교단체가 5년 전 법원 판결로 좌절됐던 사업을 장소만 바꿔 재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이 종교단체는 2020년 백학면 교회 인근에 자연장지 조성을 시도했다가 주민 반대로 좌절된 바 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100m, 도로에서 50m 거리였습니다. 이에 연천군도 △신도 수 대비 과도한 규모 △재정 능력 불투명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불허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종교단체는 연천군의 불허가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4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신도 100명 내외인 종교단체가 6000주 규모의 수목장을 신청한 것은 현저히 과다하다"며 "마을회관 100m, 도로 50m 거리에 대규모 자연장지가 조성될 경우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보건위생에 침해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또 "종교단체가 제출한 521명의 신도 명단 중 실제 신도로 확인된 사람은 110여명에 불과했다"며 "새로운 예배 공간의 규모와 위치를 고려할 때 500여명의 신도를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5년이 지난 현재, 같은 종교단체가 장소만 바꿔 다시 자연장지 사업을 추진하는 셈입니다. 이는 장사법상 특혜 때문입니다. 장사법에 따르면 종교단체가 자연장지를 조성할 때는 일반 사설 업자와 달리 여러 특혜가 주어집니다. 장지와 도로·주택 간 이격 거리에 제한이 없고, 허가 절차도 간소합니다. 세제 혜택까지 주어집니다. 일반 사설 자연장지는 주택·학교·병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하지만, 종교단체는 이런 제한이 없는 겁니다. 
 
이런 특혜는 종교단체임을 증명하는 서류와 토지 소유 증명, 운영계획서 등만 있으면 됩니다. 실제 종교 활동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는 미흡합니다. 장묘업체가 종교단체로 간판을 교묘하게 바꿔서 다는 편법을 사용하더라도 적발하기 힘든 겁니다. 
 
문제가 된 종교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여기엔 장묘업체 A사가 관여되어 있었습니다. 당초 자연장지 사업을 추진했던 백하면 일대 토지는 2020년 3월 종교단체 명의로 29억원에 매입이 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후인 그해 4월 A사가 26억원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을 설정했습니다. 통상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실제 대출금의 120% 수준으로 설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는 약 21억~22억원을 대출해 준 걸로 추정됩니다. 이는 매입가 29억원의 75% 이상을 A사가 실질적으로 제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지상권 설정입니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한 권리로, 수목장은 '수목'을 매개로 하는 사업입니다. A사가 지상권까지 확보했다는 건 단순한 자금 대여를 넘어 사업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업의 건립위원장 B씨는 A사의 대표입니다. 이는 종교단체를 앞세웠지만 실질적로 자연장지는 장묘업체가 주도하는 사업임을 보여줍니다. 
 
본지가 확인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B씨가 "연천 수목장 관련으로 매주 일요일에 당분간 예배를 드려야 해"라는 메시지를 통해 예배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예배가 진행되던 날 취재팀이 방문한 교회에선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공무원 언제 간대?" 등의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종교 활동이 아닌 허가를 위한 위장 예배임을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자연장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더구나 B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자연장지 사업 건립위원 명단엔 전직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C씨가 이름을 올린 걸로 확인됐습니다. 공교롭게도 A사는 C씨가 보좌관으로 보필했던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A사의 편법에 C씨가 국회에서 형성한 인맥으로 도움을 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편법 사업에 가담하는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당 종교단체는 법원이 지적했던 '허위 신도'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문제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체 대화방 내용은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매주 나가 실제로 예배가 이뤄지는지 파악하고 있다"라며 "허위 신도 문제가 확인되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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