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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1일 16: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무역이 점차 블록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중심축도 기존의 비용과 효율성에서 지정학적·경제안보적 선택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는 곧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의 경영 환경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은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불량률 감소를 통한 낭비 최소화, 생산성 향상 등으로 지정학적 제약이 초래하는 비용 부담을 완화할 핵심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IB토마토>는 우리 제조업의 AI 도입 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산업별 경쟁력 변화와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조원가 상승에 수익성 감소를 겪고 있는 제조업계가 향후 AI 도입 여부에 따라 재무 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의 영향력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체제가 구축되며 실증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GPU 26만장을 공급받기로 계약하면서 AI 구축에 탄력을 받은 상태다. 국내 제조업의 AI 전환도 가속화될 수 있을 전망이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당면할 비용 문제 등도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AI 연구개발 자원 확보…확산 탄력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제조업에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한참 진행 중이다. 국내 AI 생태계 구축은 하드웨어와 데이터 측면을 두 축으로 병행되고 있다. 하드웨어적 측면은 AI 연구개발 고도화 및 제조업 내 적용을 위한 고성능 GPU(그래픽카드) 확보,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데이터 측면에서는 AI의 학습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데이터 공개 등이 주요 과제다.
지난달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는 최신 GPU 블랙웰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삼성, SK, 현대차그룹이 각각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 6만장, 우리 정부가 5만장의 GPU를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확보한 GPU 5만장은 AI 연구개발, 주요 산업의 AI 개발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자원은 AI 연구개발 및 각 제조업에 특화된 AI 모델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AI 컴퓨팅 센터 건설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각 제조업 분야별로 최적화된 AI 데이터 학습 및 운영 지원 등의 기반 역할을 한다. 이번에 확보한 GPU 자원이 AI 구축 역량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에게 장기적으로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통한 이익 확대 시동
이미 AI를 제조공정에 적용한 기업은 수익성 효과를 보고 있다. 일례로 철강 산업이 AI 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을 줄이고 공정 시간을 단축시켰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미세한 불량을 AI 시스템을 통해 잡아냄으로써 시간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2년 AI를 통해 철강 슬래브 표면의 결함을 검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후 이를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 과거 육안으로 결함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AI 시스템 도입 후 결함 발견 시간이 큰 폭으로 단축됐다. 포스코는 그 외 도금 불순물 제거 자동화 시스템 등 다양한 AI 자동화 시스템을 공정에 투입 중이다.
철강산업은 쇳물부터 최종 제품까지 끊김 없이 생산하기 때문에 공정 시간이 단축될수록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난다. 이는 고정비, 시간당 사용 에너지, 운영비용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 올해 3분기 포스코는 매출 8조7970억원, 영업이익 5850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3분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포스코 매출은 9조4790억원, 영업이익 4380억원이었다.
반면 AI를 접목해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가전 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접목한 세탁기를 출시하는 등 지능형 가전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농기계 제조사 대동은 제조업에서 AI 업체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대동은 AI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연구개발에 매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대동은 연구개발비로 총 86억원을 쏟으며 지난해 상반기 연구개발비(48억원) 대비 80% 이상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역시 0.9%에서 1.8%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대동은 자동화 진도가 느린 밭농사에 특화된 AI 로봇 등을 연구개발 중이다. AI 접목 시 농업 데이터 분석, 유지보수, 클라우드 서비스 등 플랫폼 매출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과제는 ‘데이터’
앞으로 제조업에서 AI가 효과적으로 구축되려면 여러 과제가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큰 과제로 데이터 문제를 꼽고 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공공 데이터 등은 개방된 상태다. 다만, 민간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사실상 공개되기 어렵다. AI가 효과적인 학습을 수행하기 위한 ‘교과서’가 부족한 셈이다. 각 기업이 자체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막대한 데이터 센터 구축 비용 등도 문제다. 각 기업이 확보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학습시키려면 데이터 센터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자체 데이터 센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도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데이터 센터 건설 비용은 1MW(메가와트)당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도권에 건설 중인 데이터 센터 건설 비용 등을 참고하면 센터 당 건설 비용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한다. SK그룹이 지난 8월부터 짓기 시작한 데이터 센터 건설 비용은 7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데이터 센터를 채울 GPU 등을 개별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KPMG는 보고서를 통해 “AI에 투자한 기업의 84%가 재무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ROI(투자수익률)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향후 AI 도입 선도기업의 IT 예산 중 AI 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 분석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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