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유료방송 업계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저작권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산업 전반이 정체된 가운데 명확한 근거 없이 저작권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시장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7일 서울 서대문 충정타워빌딩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분야 저작권 이슈 설명회'에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들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대민 한국IPTV협회(KIBA) 지식재산전략팀 팀장,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실장, 황경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저작권실무위원장, 김소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실장. (사진=뉴스토마토)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실장은 7일 서울 서대문 충정타워빌딩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분야 저작권 이슈 설명회'에서 "음저협이 5월7일 플랫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에게 일방적으로 징수 규정 개정 계획을 통보했다"며 "거의 20년간 유지돼온 징수 체계의 상식을 뒤엎는 행보로 유료방송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음저협이 최근까지도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상황에서 업계 공동 대응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발언 중인 황경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저작권실무위원장.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발제에 나선 황경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저작권실무위원장은 음저협이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으면서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위원장은 "음저협은 방송 사용료 징수액 기준 99%를 점유한 사업자임에도, 제시안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음악 사용과 무관한 매출 항목까지 포함해 요율 산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음저협이 홈쇼핑 송출 수수료, 단말기 대여료, 시설 설치비 등 음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매출 항목을 포함해 징수 요율을 계산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른 실질적 인상 폭은 최대 10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 유료방송 업계 주장입니다.
백대민 한국IPTV협회(KIBA) 지식재산전략팀 팀장은 "음저협은 저작권법을 근거로 설립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방적인 저작권료 인상 추진은 저작권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사안"이라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매년 인상된 음악 사용료를 성실히 지급해 왔고, 실제로 음저협의 전체 징수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 산업 전반이 위축돼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징수액을 무리하게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실장도 "공정한 협의를 거쳐 산식이 개선돼야 함에도 일방적인 개정 추진은 우려스럽다"고 전한 가운데 김소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실장도 "산업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음저협이 조정계수를 인상하고자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조정계수는 방송사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합의 장치로, 시장의 저작권료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정책 차원에서 도입된 계수를 말합니다. 황 위원장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도입된 계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무력화해 음저협의 매출액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며 "조정계수는 저작권료 급등으로 인한 산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임에도 일방적인 인상만을 추진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1조에 명시된 ‘관련 산업의 발전’이라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르별 음악 사용률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요율 체계도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황 위원장은 "음악 전문 채널은 4%, 스포츠 채널은 0.6%, 일반 채널은 1.1%로 기존 요율이 차등 적용돼왔지만, 음저협은 장르 특성을 무시한 일괄적 기준으로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상 근거로 제시된 '국내 저작권료가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음저협 측 논리에도 반박했습니다. 황 위원장은 "각 나라마다 생활 수준과 국내총생산(GDP)이 다르고, 복수의 저작권 단체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자율적 협의를 통해 요율이 조정된다”며 “우리나라처럼 단일 협회 구조에서 단순 비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백 팀장도 "해외는 이용자와 권리자가 개별적으로 협의해 요율을 결정하는 자율 체계지만 한국은 단일 체계를 따르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적 차이를 무시한 인상 조치는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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