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원 '자영업자 쏠림'에 역차별 불만 고조
2025-08-11 14:23:33 2025-08-11 17:26:2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명정부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취약계층들이 소외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합리적 대상 선별과 체계적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리 경감 3종 세트·새출발기금 등 자영업자 집중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는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새출발기금 확대, 배드뱅크 설립, 이자 환급 등 다수의 대규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협업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통해 3∼6개월 이상 성실 상환을 한 자영업자에게 간판 교체, 인테리어 등 사업장 환경 개선 비용과 건강검진비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확대키 위한 후속 조치입니다. 추가경정 예산에 맞춰 새출발기금 협약 개정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금융위는 총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소상공인의 무담보 채무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율을 기존 60∼80%에서 90%까지 확대하는 새출발기금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저소득 소상공인의 채무 분할 상환 기간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금융위는 이러한 내용의 새출발기금 확대 방안을 협약 개정을 거쳐 9월 중 시행할 계획입니다. 
 
금융위는 지난달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주제별 릴레이 간담회도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빚을 진 소상공인들을 모아 당신들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집단 토론을 해보라"고 지시한 후, 금융위의 대다수 정책이나 현장 행보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집중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배드뱅크 설립이나 소상공인 금리 경감 3종 세트 역시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심의 금융 지원으로 평가받습니다. '금리 경감 3종 세트'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이자·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한 조치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 금리인하요구권 내실화,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배드뱅크 도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 중입니다. 부실 자산을 인수해 정리하는 전문 기관인 배드뱅크를 설립해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빚을 진 자영업자·소상공인이나 취약 계층의 빚을 탕감해주는 방식입니다. 금융권은 해당 프로그램의 총예산 8000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4000억원을 출연해야 합니다. 나머지 4000억원은 2차 추경을 통해 국고에서 조달됩니다. 
 
이 밖에도 소상공인·중소기업 특화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나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추진 등으로 금융 지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가 심사가 진행 중인 제4인뱅의 경우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중금리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설립 취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소상공인과 정부,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적립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도 소상공인의 노후 대비와 사업 안정성 확보를 지원키 위한 정책으로 분류됩니다. 
 
새출발기금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 금융 쏠림…다른 취약 계층 혜택 축소 
 
금융권 안팎에선 이러한 지원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심으로만 집중되면서 무대출자나 성실 상환자, 다른 취약계층은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제외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일반 근로자나 중소기업, 가계 생활자 등에 비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규모나 집중도가 높아 역차별 논란이 제기됩니다. 
 
일반 노동자나 중소기업 재직자, 프리랜서 등은 비슷한 수준의 소득 감소나 부채 부담을 겪더라도 해당 기금의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합니다. 동일한 경제적 위기를 겪음에도 상황에서도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이 금융 지원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돼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자영업자는 빚 탕감이나 채무 일부를 감면받는데, 다른 차주들은 금융기관에서 연체할 경우 즉각적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사업을 하면 빚을 탕감받을 기회가 많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 경우,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심리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이 국가 경제를 지탱한다는 점에서 금융 여건 개선이 중요하지만, 금융 지원이 한곳에 몰리면서 한정된 자원의 쏠림 현상도 지적됩니다. 새출발기금이나 초저금리 대출, 소상공인정책 자금 등 정책 금융의 상당수가 소상공인에만 쏠릴 경우 금융권 자금이 묶여 청년이나 신혼부부, 취약 차주 등 다른 계층에 대한 대한 대출 여력이 축소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대부분 고금리 대출자만 금융 지원 혜택을 받고, 성실 상환자들이 소외되는 구조가 발생한다는 점 또한 문제점입니다. 빚을 열심히 갚은 차주들은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각종 커뮤니티 등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부채 탕감에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정 부담과 세금 낭비 우려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이 상시적인 지원으로 굳어지면서 시장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교한 대상 선별과 금융 지원금의 다원화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취약 금융 계층에 대한 조기 채무 관리나 상환 계획 지원을 통해 후속 지원이 아닌 예방 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관건은 정책 설계와 실행 단계에서 형평성 확보와 로드맵 수립이라는 진단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금융 지원 확대는 경기 회복과 고용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원 정책이 형평성을 잃으면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원 대상과 방식의 정교한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무구조가 안정된 사업자까지 동일 조건으로 지원하면 세금이 가장 절실한 곳에 쓰이지 못하게 된다"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대상 정의나 연체 기간, 소득 수준, 재기 의지 등 엄격한 수혜자 선별과 성과 평가 등을 통해 역차별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위기 극복 및 재기 지원이라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역차별 논란은 실제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 성실상환자에 대한 배려, 보다 합리적 대상 선별과 체계적 관리가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할 방향"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 확보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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