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열의 '외파', 이재명의 '내파'
2025-11-05 06:00:00 2025-11-05 06:00:00
6.3 대선을 거치며 한국 '극우화'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근본적이고 거대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첫째, 한국의 극우는 '극우'라고 불러주는 것도 사치스럽다. 둘째, 한국 민주주의를 궁지로 모는 자들은 '극우'에만 있지 않다. 
 
극우로 지칭된 세력은 자신이 극우가 아니라며 "폭력을 써야 극우"라고 둘러댄다. 저들을 따르자면 전 세계 언론이 용어를 바꿔야 한다. 유럽에서 합법 정치를 하는 극우 정당들은 극우가 아니게 된다. 더구나 한국 극우는 폭력과 긴밀해지고 있다. 군경이 국회에 쳐들어가는 꼴을 보고도 내란 우두머리를 대통령직에서 축출하는 데 반대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는 "사법부에도 책임이 있다"라고 뇌까렸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법치로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오늘날 극우의 특징과 명백히 다르다. 
 
12·3 사태는 민주주의 바깥으로 나아가 민주주의를 깨려 했던 '외파' 시도였다. 윤석열과 나란히 놓일 것은 유럽의 극우 정당이 아니라 독일의 쿠데타 음모 사건이나 브라질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시도다. 다행히 일단 한국 민주주의의 '외파'는 불가능해졌다. 내란 옹호로 먹고사는 것도 최소한 외형적, 절차적으로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가능하다. 다만 한국은 곧바로 '내파'의 위협에 직면했다.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합법적으로 법치를 허무는 것이 '민주주의 내파'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자 한다. 그동안 판례가 축적된 만큼 앞으로 무리한 기소는 줄어들 것이고, 배임의 개념과 주체를 좁히거나 구체화하는 법 개정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왜 정부와 여당의 노선은 '폐지 후 대체입법'일까. 법이 형사피고인에 유리하게 개정되면 그 재판은 새로운 법을 따른다. 배임죄가 폐지되면 배임 혐의 재판은 다 사라진다. 대체입법을 해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예컨대 폐지와 동시에 배임죄와 거의 같은 죄목을 만들면 그렇다. 그런데 그 정도라면 그냥 개정을 하면 된다. 이쯤 되면 티가 나지 않나.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 재판(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백현동 개발, 경기도 법인카드)을 없애려는 것이다. 그것도 배임죄 폐지를 환영하는 자본의 힘까지 빌어서 말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일부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다. 민주당의 대법원 공격은 조희대 탄핵소추용이 아닐 것이다. 상고심은 사건 기록이 아닌 원심 판결을 놓고 검토하는 사후심이고, 파기환송은 대법관 다수의 의견을 따랐다. 대법원의 조속한 선고를 트집잡아 대법원장을 탄핵할 수는 없다. 결국 판결의 명분을 흔들고 '셀프 사면'을 할 것이 유력하다. "누구도 자신의 재판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의 대원칙이 무너지게 생겼다. 
 
셀프 사면이 전부가 아니다. 부정행위라도 횡령이나 뇌물이 아니라 배임 수준이면, 비리 의혹에 관해 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해도, 처벌받지 않는 국가가 코앞에 있다. 국회 다수파는 윤석열이 자기 범죄를 파묻으려 일으킨 내란을 막아냈다. 바로 그들이 이제 자기 진영의 골칫거리를 없애려 입법권을 남용한다. 실패한 내란 범죄와 합법적 면죄부 중 어느 것이 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민주주의의 외파와 내파 중 한쪽에만 저항하는 자는 민주주의자인가. 국민의힘 따위는 민주주의 내파를 더 부추길 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서야 할지는 자명하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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