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 임대차를 중개할 때, 만약 집주인이 다세대주택 건물의 여러 호실을 묶어 공동으로 대출(공동저당)을 받았다면 공인중개사는 다른 호실의 빚과 권리관계까지 세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다가구주택은 여러 세대가 있지만 주택 전체를 한 사람이 소유하는 구조인 반면, 다세대주택은 세대별로 소유권이 독립적으로 형성됩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세대주택이라도 집주인이 여러 세대를 보유하고 공동저당권이 걸려 있다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른 세대 정보도 임차인에게 알려야 한다고 본 겁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남부지부 회원들이 2023년 4월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열린 국민재산권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근절 결의대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 사건의 임차인들은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다세대주택 중 한 세대씩을 임차했습니다. 당시 임대인 소유의 23세대는 공동담보로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중개대상물이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으로 표시됐습니다. 권리관계란 중개대상물에 채권최고액 18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으며,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은 비어 있었습니다.
공동근저당권에 기한 경매 절차가 개시돼 공동담보 세대들이 매각됐고, 임차인들이 임대차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배당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임차인들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원고들이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공제사업을 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공제금을 청구한 겁니다.
1심은 임차인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인중개사로서는 호실의 수량, 등기된 전세금 등으로 추정되는 보증금 총액을 분석해 원고들이 추가로 계약할 경우 보증금이 배당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임차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본 겁니다.
2심은 피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세대주택은 다가구주택과 달리 각 세대별로 독립해 소유권과 담보권 및 용익권(用益權) 등 권리관계가 형성되므로 다른 구분 세대에 설정된 임차권의 존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구분 세대 임차인의 임대보증금 회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1물1권주의(하나의 물건에는 오로지 하나의 물권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원칙)의 원칙상 임대차의 중개를 의뢰받은 세대를 제외한 다른 구분 세대를 공인중개사법이 확인·설명의 대상으로 규정한 중개대상물로 볼 수도 없다는 겁니다. 공동담보의 실행 순서에 따라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공동담보 제도 일반에 존재하는 위험이므로 이러한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 임차인들이 배당받을 가능성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사실행위와 구분되는 법률 사무이므로 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 중개 과정에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세대주택이라도 집주인이 여러 세대를 소유하고 그 세대들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공인중개사는 민법 제368조(공동저당 시 배당 규정)에 따라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른 세대의 권리 관계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중개대상물의 등기부에 표시된 공동저당권의 권리관계를 확인·설명하고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임대의뢰인 소유의 다른 세대의 등기부상 선순위권리 △거주하는 임차인이 있는지 △임차인이 있다면 그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를 임대의뢰인에게 요구해 확인한 후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들에게 제공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근저당권이 공동근저당권이라는 점을 기재하지 않았고 다른 세대의 권리관계를 설명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의 중개행위를 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공인중개사로서의 확인·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공인중개사법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하는 경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로서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공제계약을 맺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공제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도 임대차보증금의 반환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확인하고 계약체결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통 돌려받지 못한 임대차보증금 전액이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을 듣고 스스로도 권리관계를 확인해 계약체결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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