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21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부(이하 합수부)는 전국 아파트 7곳을 자금세탁 센터로 개조해 옮겨 다니며 '24시간 자금세탁소'를 운영해 온 범죄단체를 검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합수부는 조직원 13명을 입건해 그중 7명을 구속기소 하고, 나머지 6명은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범죄단체는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 1조5750억원에 달하는 범죄 자금을 세탁하고 수괴는 약 126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합수부는 이들이 수괴, 총괄관리책, 중간관리책, 전문 장집(대포계좌 공급책), 자금세탁책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적으로 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범죄단체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세탁 규모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임차하고 개조해 범행에 사용한 점도 충격적입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7곳의 아파트를 하위 조직원 명의로 임차하고 커튼 등으로 외부와 차단, 조직원이 이탈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센터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경우 대응 방법을 준비하거나 구속된 하위 조직원의 변호인을 대신 선임해 입단속을 하는 등 범죄단체 전체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합수부는 수괴의 주거지와 은신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약 4억원의 고가 물품을 압수하고 수괴 일가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 등을 통해 범죄수익 합계 약 34억원을 확보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025년 11월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9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금세탁은 캄보디아나 필리핀, 중국 등지에 있는 범죄단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는 범죄단체에도 필수적입니다. 돈의 흐름을 추적당하면 수사기관에 검거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자금세탁은 대포통장을 이용해 많이 이뤄지는데 이런 대포통장을 모집해 제공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장집’이라고 합니다.
대포통장 모집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개인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집니다. 신용과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거나 고금리의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면, 한도가 조금 부족하다면서 거래내역을 조금만 늘리면 승인이 난다고 속입니다. 거래내역을 늘리기 위해 체크카드 등을 상대방에게 보내면 거래내역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피해금이 입출금돼 대포통장으로 사용되는 겁니다.
혹은 통장을 사용하게 해주면 1개월마다 일정액을 준다고 속이거나 개당 일정한 돈을 지급하고 통장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명목으로 본인의 체크카드나 통장 등 접근매체를 대여해주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장집을 통해 확보한 대포통장은 본격적인 자금세탁에 동원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나 불법 도박 자금을 대포통장으로 직접 입금받은 뒤, 수거책을 통해 현금을 인출하여 다른 계좌로 분산 송금하거나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추적을 따돌립니다. 최근에는 피해금을 받은 환전책이 가상자산을 구매해 추적이 어려운 개인 지갑으로 전송하는 수법도 늘고 있습니다.
자금세탁을 조직적으로 하면 범죄단체조직, 가입 및 활동에 해당돼 형법 제114조에 따라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자금세탁 조직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했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정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하게 됩니다. 유기징역은 상한이 30년이지만 가중하는 경우 50년까지 가중되므로 매우 중하게 처벌하게 됩니다.
개인이 피해금을 코인 등으로 환전해 보내주고 수수료를 계속 챙겼다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처벌받기도 합니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나 이를 운영하려는 사람은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하도록 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대포통장이나 현금으로 피해금을 받아 현지 화폐로 송금해주는 이른바 ‘환치기’ 방식을 사용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보이스피싱 조직은 조직원을 모집해 점조직으로 운영하면서 각 역할을 맡은 조직원들이 피해금을 받아서 조직원들끼리 전달하고 조직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피해금을 빼갑니다. 대환대출 등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에 속아서 대포통장을 제공하거나 계좌로 들어온 돈을 송금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의 방조나 사기죄의 방조 혐의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전거래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돈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안을 거절하고 신고해 피해를 방지해야 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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