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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3일 11: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이 반영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변화에 더해 해외 원전 수출 확대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 주가도 이른바 '원전 테마'로 묶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원전 사업은 장기간 시공 경험과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엄격한 규제 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고난도 산업으로 실제 EPC 수행 기업은 제한적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원전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보고, 국내 건설사들이 K-원전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과 전략을 통해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원전 건설 시장은 기술력 뿐 아니라 수행 레퍼런스, 금융조달 능력, 규제 대응 역량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고진입 산업으로 평가된다. 수조원 규모의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과거 수행 경험과 발주처 신뢰도가 핵심 경쟁요소로 작용하면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제한적인 상황인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원전 EPC(설계·조달·시공)를 주도할 수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00830),
대우건설(047040) 등 사실상 세 곳으로 압축돼 있다. 원전 수요 확대 기대에도 불구하고 시장 참여자가 제한적으로 유지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기업들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경험·돈·규제' 삼중 장벽…굳어진 원전 EPC 시장
1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신규 대형 원전 EPC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소수 업체로 사실상 압축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원전 건설 시장을 이들 3사가 주도해 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신규 원전 수혜주로도 동일한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전 시공·금융·기술 협업 역량을 동시에 갖춘 EPC 공급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 수출 모델인 '팀코리아'에서도 시공 부문은 이들 건설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국내 원전 건설과 해외 수출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전 사업의 높은 진입 장벽을 크게 레퍼런스, 금융, 규제·기술 세 축으로 설명하는 모습이다. 원전 건설은 안전성과 공기 관리가 핵심인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과거 시공 경험과 금융 신용, 원전 기술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참여자도 소수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EPC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진입 장벽은 시공 레퍼런스(실제로 그 공사를 해본 기록)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은 고리·한빛·한울·월성에 이어 새울·신한울 프로젝트까지 참여하며 국내 원전 시공 경험을 축적해 왔다.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EPC 시공에 참여하며 대형 해외 원전 프로젝트 경험을 확보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안전성과 공기 관리가 핵심인 사업 특성상 검증된 시공 경험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 구조도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원전 프로젝트는 공사비만 수조 원에 달하고 사업 기간도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사업이다. 이 때문에 단순 시공 계약을 넘어 수출금융,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결합된 금융 패키지가 함께 마련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는 EPC 건설사가 공기업·정부·금융기관과 함께 보증과 신용 구조에 참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원전 특유의 규제와 기술 인증 체계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원전 건설은 국가별 원자력 규제기관의 허가와 국제 안전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설계 변경이나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비용과 안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원자로 설계사와 기자재 업체, 시공사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공급망 안에서 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신규 기업이 단기간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는 과거 EPC 사이클보다 시장 진입 장벽이 더 높고 공급 구조도 제한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서구권의 장기 탈원전 기조로 원전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EPC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발주처들이 공사 기간과 예산 준수 능력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면서 검증된 일부 EPC 기업만 주요 원전 기술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규 플레이어가 없는 이유…원전 EPC 시장의 '3사 체제'
원전 EPC 사업은 공사 수행뿐 아니라 장기간 보증과 운전자본 부담까지 함께 수반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운영 허가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까지 더해지면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재무 부담과 규제 대응 경험이 동시에 요구되면서 원전 EPC 시장이 자연스럽게 소수 건설사 중심으로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원전 EPC 건설사 중 하나로 거론되는 현대건설의 경우 국내 원전 1호기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새울·신한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까지 한국형 대형 원전 36기 가운데 24기에 시공 주간사로 참여한 대표적인 원전 EPC 사업자로 꼽힌다. 최근에도 신한울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외 원전 시장에서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역시 울진·신월성 원전과 UAE 바라카 원전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사업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기본설계(FEED)에 참여하고 UAE 원자력공사(ENEC)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차세대 원전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도 최근 국내 원전 시공 경험을 기반으로 체코 등 해외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원전 EPC 시장은 경험과 신용도, 규제 대응 능력이 검증된 소수 기업에 수주가 집중되는 구조로 형성돼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십조원 규모의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발주처가 검증된 사업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원전 생태계 확대가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기존 플레이어 중심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원전 EPC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전 사업은 일반 플랜트와 달리 별도의 품질 인증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며 "먼저 원전 품질 인증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신규 건설사가 곧바로 원전 EPC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부분은 기존 사업자와 컨소시엄이나 하도급 형태로 참여해 경험을 쌓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며 "장기간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재무 여력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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