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사. (사진=연합뉴스)
29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UAE 정부는 국영 WAM 통신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OPEC과 OPEC+에서 탈퇴한다고 밝혔습니다. UAE 정부는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 투자 확대를 포함한 에너지 포트폴리오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UAE의 탈퇴 배경에는 석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통신에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이들 그룹이 부과하는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OPEC과 OPEC+의 감산 중심 생산 제한 정책이 이번 탈퇴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도 UAE 탈퇴에 따른 향후 시장 변동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UAE의 증산 가능성이 원유 공급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UAE가 석유 증산에 나설 경우 글로벌 시장의 원유 공급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지대공미사일 천궁-Ⅱ수출 등을 계기로 한국과 UAE 간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에서, UAE는 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요처가 필요하고 한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상호 보완적인 공급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UAE는 한국의 3위 원유 수입국에 오른 주요 공급국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UAE산 원유 수입액은 약 111억달러로, 전체 원유 수입액 928억9663만달러의 12.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약 317억달러(34.1%), 미국 약 164억달러(17.7%)에 이은 세 번째 규모입니다. UAE가 그룹 탈퇴 이후 원유 증산에 나설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공급선 다변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나타나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한 푸자이라항과 연결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공급할 수 있어, 해협 봉쇄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영향을 일부 줄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송유관 수송 용량과 항만 인프라, 선박 확보 등 물류 여건에는 한계가 있어 원유 수출 물량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또 OPEC 체제가 흔들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OPEC 체제의 중심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간 지역 주도권 및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할 경우, 중동 전쟁으로 이미 불안정한 역내 정세가 한층 더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는 대부분 장기 계약 중심이어서 UAE가 탈퇴했다고 당장 국내 수급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며 “다만 OPEC과 UAE가 별도 축으로 움직이게 되면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스팟 물량 확보나 도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UAE 역시 단기간에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증산 규모와 수출 여력, OPEC 내부 변화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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