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본격적으로 올라타며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축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반도체 사업으로만 5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역대급 기록입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도 반도체 부문 강세에 따른 또 한 번의 실적 신기록을 전망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부터 울리는 경고음도 만만치 않습니다. 반도체가 견인한 영업이익 ‘외끌이’라는 기형적 수익 구조 속 가전·스마트폰 사업의 부진과, 성과급 논란, 그리고 사업부 간 잠재적 노노 갈등 우려 등의 위기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행진에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30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7조23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6.1% 급등했습니다. 매출액은 133조8734억원으로 같은 기간 69.2% 늘었고, 순이익도 47조2253억원으로 474.3% 늘었습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추월 가능성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이익의 94%를 책임졌습니다. 영업이익률 역시 66%를 기록하며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고수익’ 구간에 진입했음을 증명했습니다. DS 부문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를 제외한 메모리 사업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2%를 앞질렀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이 같은 반도체 부문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격 상승 기조가 이어져 추가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고객들로부터 내년 수요가 미리 접수되고 있다”며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DX, 수익성 압박 더 강해질 듯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에 놓인 상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반도체가 압도하는 수익 구조에 따른 사업부간 ‘양극화’가 심화한 까닭입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부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 위기론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날 발표된 실적을 보면 DX 부문은 매출액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수익성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글로벌 수요 정체와 원가 상승 부담 등 ‘이중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익성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큽니다.
특히 TV(VD)와 생활가전(DA) 사업부의 경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직전 분기(영업손실 6000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전년 동기(3000억원) 대비 33.3%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현재 저수익 제품의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 대수술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외주화 방식 전환과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생산을 유지하는 방안 등의 구조 개편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 (사진=연합뉴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가전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 관세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당사는 사업 전반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 중으로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 사업 역량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등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 TV 등 가전의 과제는 원가 경쟁력 확보와 운영 효율성 개선이 될 것”이라며 “제조 공정의 외주화를 비롯해 AI 및 자동화 장비 도입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여러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성과급’ 갈등…폭풍 뇌관으로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에도 위기론이 작동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예고된 까닭입니다. 현재 반도체 사업부가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의 90%가 넘는 부분을 책임지며 수익 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가시적인 실적 하락 외에도 납품 차질에 따른 신뢰성 문제로 향후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법원에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으로, 재판부의 판단이 파업 현실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형국입니다. 이날 컨콜에서 박 CFO는 5월 총파업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 시점에서 파업에 대해 말하기 어려우나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전담 조직과 대응 체계를 가동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며 “노조와의 대화를 우선시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김재원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회사의 가처분 구술 변론 자료에 파업 전담조직, 대응체계 등은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언급된 바 없다”며 “또한 현재까지 회사의 대화 요청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지붕 두 가족, 커져가는 위화감
DS 중심의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DX 부문의 대대적 개편 작업은 또다른 분쟁을 낳을 것이란 시선도 있습니다. DX 부문은 수익성 악화에 따라 비용 절감,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는 반면, DS 부문은 역대급 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지붕 두가족 간 처한 현실에 대한 괴리감으로 노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잠재적 위기로 꼽힙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부별 실적 격차로 인해 보상이 양극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협력 보다 부서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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