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남자, 워시 연준 개막…'금리' 시험대
인하 압박 대 인플레 공포…파월 이사 잔류·FOMC 분열
미 CPI 3.8%·국채금리 급등…연내 인상론까지 부상
2026-05-18 15:30:09 2026-05-18 15:59:39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는 케빈 워시 시대가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본격 개막합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축하보다는 '불안'에 가깝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연준이 마주한 현실은 이란 전쟁발 고유가와 재점화되는 인플레이션, 급등하는 국채금리입니다. 월가에서는 벌써 "워시 체제 첫해에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시 체제를 단순한 '새 의장 시대'가 아니라 연준 독립성과 미국 물가 신뢰를 둘러싼 거대한 시험대로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의 남자’로 불리는 케빈 워시(오른쪽) 시대가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본격 개막한다. (사진=로이터 AFP 연합뉴스)
 
트럼프와 시장 사이에 낀 '워시'…인플레이션 경계감 확대
 
18일(현지시간) 월가에 따르면 이란 전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주 워시 차기 의장의 취임 시기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예정입니다. 워시 차기 의장은 오는 6월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공식 주재할 전망입니다. 2018년 제롬 파월 의장 취임 이후 8년 만의 연준 수장 교체입니다. 하지만 새 의장이 출범하기도 전에 연준 내부는 이미 극심한 분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FOMC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가운데 4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199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개 이견입니다.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급속히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시장 상황도 연준을 더 매파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예상치를 웃돌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0% 뛰었습니다. 여기에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대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99.2%지만, 올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8%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시는 금리 인하 의지가 거의 없는 연준을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워시 차기 의장의 가장 큰 딜레마는 '트럼프와 시장 사이'에 끼어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는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항상 너무 늦다(always too late)"고 반복적으로 비판했고, 결국 자신의 경제 철학에 더 가까운 워시를 후임으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워시가 물려받게 된 경제 환경은 트럼프가 원하는 조기 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쇼크와 고유가, 다시 높아지는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하는 장기 국채금리가 동시에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5% 안팎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워시가 취임 초반부터 비둘기파적으로 움직일 경우 채권시장이 즉각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FOMC 34년 만에 최대 분열…파월 잔류도 부담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시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 동시에 트럼프를 만족시켜야 하는 거의 불가능한 임무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현재 경제 여건과 FOMC 다수 의견은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의 금리 인하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시의 첫 번째 큰 시험은 6월 첫 정책회의가 될 것"이라며 "그는 대통령을 화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냉혹한 선택 사이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데이비드 윌콕스 역시 "워시는 금리 인하를 고집하는 대통령과 다시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끼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준 내부 분위기도 워시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FOMC에서 12명의 투표권자 가운데 4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199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개 이견입니다. 특히 일부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성명서에 남아 있는 '완화 편향' 표현 자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준 내부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매파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큰 변수는 파월 전 의장의 잔류입니다. 파월은 의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2028년까지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퇴임 의장이 이사직에 남는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입니다. 설령 파월이 공개 활동을 최소화하더라도 그의 존재 자체가 워시 노선에 회의적인 연준 내부 인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결국 워시가 과연 '트럼프의 연준'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지키는 연준'을 선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새 연준 의장이 정치 압박 속에서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조기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울 경우에는 채권시장이 먼저 등을 돌릴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시의 진짜 도전은 재탄생한 인플레이션,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 충격, 그리고 항상 낮은 금리와 높은 관세를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경제 현실을 헤쳐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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