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공지능시대의 서비스 품질
2026-07-28 06:00:00 2026-07-28 06:00:00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관심은 일상생활의 변화보다 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할 공급 기반에 먼저 집중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 전력 수요 등 인공지능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문제가 우선시되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비자의 탐색과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은 아직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공급망 구축을 넘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가 바람직한가’, ‘사람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인간적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소비자가 분리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를 서비스의 비분리성이라고 한다. 헤어스타일링, 관광·요식, 판매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서비스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의존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OTT와 검색 서비스 같은 정보통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네이버·구글의 검색 서비스와 카카오톡 같은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며 이미 무인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
 
최근 서비스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음식 서비스업에서 나타난다.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상승을 계기로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과 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셀프 체크아웃 등 무인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아직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결합한 단계는 아니지만, 추천 알고리즘과 같은 지원 기능을 바탕으로 무인 서비스는 점차 지능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서빙 로봇과 같은 물리적 서비스까지 도입되면서 서비스의 자동화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인화는 기존 서비스를 모두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논점은 그림자 노동(shadow work)이다. 이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가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주로 주부의 가사노동이 대표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서비스의 무인화가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소비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가격은 낮아졌지만,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소비자의 참여는 더욱 중요해졌다. 역설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으며, 결국 핵심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당하느냐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품질은 소비자가 그림자 노동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지=챗GPT)
 
인공지능의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간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산출물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월성의 증거가 아니라 실패를 뜻한다. 내부의 처리 과정이나 추론 방식이 어떠하든 결과는 인간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인공지능 판별 기준인 튜링 테스트도 인간이 인공지능의 반응을 인간의 반응과 구별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품질은 소비자가 그림자 노동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이를 자연스러운 서비스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품질은 높아지지만, 무인 서비스가 만든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서비스 품질은 물론 제공 비용까지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서비스 품질은 인공지능 자체보다 인간이 그것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력하며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인공지능의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적절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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