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지진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
네팔과 중국 국경에 가까운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의 원인이 지진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따른 현상으로 확인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당초 규모 4.4의 지진으로 파악했던 사건을 추가 분석한 뒤, 빙하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지진 유사 현상과 토석류가 재난의 시작이었다고 정정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최소 160명으로 집계됐고, 수백 명이 실종된 상태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재난이 발생한 과정이다.
높은 산에 있던 빙하와 암석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계곡 아래로 쏟아졌고,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강을 따라 빠르게 내려갔다. 마을과 도로, 교량 등이 순식간에 피해를 입었다. 단순히 강물이 불어난 홍수와는 피해 양상이 달랐던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이 재난이 시작됐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지진이 발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빙하가 무너지고 있었다. 산 위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산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홍수와 토석류로 나타났다.
이번 재난으로 네팔 관광부가 집계한 실종자는 403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외국인이 341명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있던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정부는 구조와 수색을 위해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나는 이 소식을 보면서 기후변화라는 말을 너무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후변화라고 하면 보통 여름이 더워지고, 겨울이 짧아지고, 폭염이나 폭우가 늘어나는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히말라야처럼 거대한 빙하가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빙하와 산악지형의 변화가 물의 흐름과 산사태, 홍수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한 번 발생한 재난이 국경을 넘어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사고 하나만으로 기후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빙하 붕괴에는 지형과 기상, 지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빙하가 있는 지역에서 이런 종류의 재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특히 히말라야에는 네팔뿐 아니라 인도와 중국 등 여러 나라가 맞닿아 있다. 강과 수자원 역시 국경을 넘어 이어진다.
한 지역의 빙하가 무너져 발생한 물과 토사가 하류로 내려가면 피해 역시 한 국가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사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와 자연환경이 변하고 있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재난 대응 방식도 그만큼 달라지고 있는가.
과거의 재난 대응은 지진이면 지진, 홍수면 홍수처럼 각각의 재난 유형에 맞춰 대비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자연재해는 그렇게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빙하가 무너지고, 토석류가 발생하고, 강물이 넘치고, 도로와 교량이 끊어지는 일이 한꺼번에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재난을 예측하는 시스템 역시 하나의 원인만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앞으로 빙하와 산악지역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위험 지역 주민에게 빠르게 경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위성 관측과 기상 데이터, 지질 정보 등을 결합하면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고산지대의 변화를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자연재해는 완전히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재난을 더 빨리 알아차리고, 위험 지역의 사람들을 더 빨리 대피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대비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히말라야에서 녹고 무너지는 얼음은 그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에서 발생한 변화가 강을 따라 마을로 내려오고,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이번 네팔 재난을 단순히 ‘해외에서 발생한 대형 홍수’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당장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자연환경의 변화가 기존의 재난 공식을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진인 줄 알았던 것이 빙하 붕괴였고, 산 위에서 시작된 변화가 산 아래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대비해야 할 재난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재난의 모습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자연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보내는 작은 변화를 더 빨리 발견하고 사람이 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