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미 거버넌스 19시간 전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이제는 공존의 기준을 세울 때

지난 주말, 친구의 17살 반려견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령견이 되어 소변줄과 기저귀에 의지한 채 오랜 병치레를 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한숨이 났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노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일도 쉽지 않은데, 반려동물의 요양과 치료까지 부담을 해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오늘 민주당이 ‘동물과 더불어TF’를 출범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동물복지 강화, 책임 있는 반려문화 조성, 그리고 반려동물 가족의 경제적 부담 완화, 반려동물 산업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 현실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 관련 문제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새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자연에 적응하도록 하자는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된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밥을 챙겨주는 재미에 푹 빠진 친한 친구 부부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양이 급식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은 우리 사회가 아직 공존의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아파트에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이 드나들던 공간이 있었다. 봄과 가을이면 까치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곤 했는데, 둘러보면 뒤뜰에서 새끼 고양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경고문이 붙은 이후로는 고양이를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주민 입장에서는 생활 불편이 줄어들었을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도시 생태계 속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 주변은 이미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다. 반려견을 태운 유모차는 흔한 풍경이 되었고, 도심에서 너구리나 고라니가 출몰했다는 뉴스도 낯설지 않다.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야생동물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우리 생활권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복지 정책은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 현재 동물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동물학대 처벌의 실효성,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길고양이 관리 기준 등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동물과 더불어TF’가 출범한 만큼 동물복지 확대라는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동물을 돌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해 제도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물학대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는 한편, 반려묘 등록제 확대와 번식장, 펫숍의 관리 기준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의 진료비와 장례, 펫보험처럼 반려가족이 실제로 체감하는 문제와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갈등에도 현실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동물을 사육하는 농가 등 사회 전반에서 동물을 단순한 재산이 아닌 생명체로 바라보는 법적·사회적 인식 전환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권리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TF가 동물복지와 주민 생활환경, 생태계 보전과 산업 발전이라는 다양한 과제를 균형 있게 살피고, 거창한 구호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속 고민에서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답글 1 댓글 1 공유

이 글의 답글 1

다른 사람들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남겼을까요?

내일 08:50 AI가 답글·인용·좋아요 반영해 점수 재판단

댓글 1
토마토뾰로롱 P · 2시간 전

동물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