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분리에 제재심·분쟁조정 표류 위기
2025-09-11 14:24:09 2025-09-11 16:01:51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키로 한 가운데 금융사 검사와 제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 관련 검사와 제재권을 어떤 기관이 가져갈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감독 칼날을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홍콩 ELS 제재심 차일피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는 향후 있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와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감지될 금감원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쪼개지고 금소원이 신설될 경우 천문학적인 과징금이나 금융사 제재 등 금융권을 겨눈 칼날을 누가 쥘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7일 금융당국 조직 개편 등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해 맡깁니다. 금소처는 금소원으로 분리·신설합니다. 
 
특히 금감원의 금소처 분리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 것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권 제재 절차입니다. 홍콩 ELS 사태는 은행권의 고위험 상품 불완전판매로 소비자가 대규모 손실을 본 사건입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검사를 완료했지만 아직까지 제재심위위원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장 자문 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합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정례회의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모호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수수료가 아니라 투자 원금(판매액)의 50% 이내로 봐야 한다며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에서 정한 방침을 적용하면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데요.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노력을 제재 경감에 반영할지 등 법리적 논의와 은행권 소명을 반영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이 취임하고 홍콩 ELS 제재심 등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발표되면서 변수가 생겼습니다. 금감원 직원들이 금소원 분리 등 금융당국 개편안에 반대하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내홍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신설되는 금소원이 앞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금융사고 감독과 검사, 제재 등을 담당하게 된다"며 "현재 금감원장의 체제에서 과도한 과징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제재 건을 처리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소원 분리·신설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금감원 직원 대부분은 금소원 이직보다 금감원 잔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금감원과 금소원으로 인력이 나뉘는 과정에서 기준과 절차를 두고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만큼 현안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내 금소처 직원들을 자동 승계할지, 검사와 분쟁조정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옮길지 내부 고민이 커질 것"이라며 "인사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 개편 발표 이후 내부 공지를 통해 '금감원·금소원 인력 교류'를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 쪼개기 부작용 우려
 
결국 금감원이 쪼개지기 전까지 금융 현안을 주도적으로 챙겼다는 조직이라는 상징성과 달리, 감독 검사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금융감독기관 핵심 기능인 제재심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금감원이나 금소위가 아니라 금감위로 이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 현안 처리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금감위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데, 이들 기구가 제재심과 분조위를 맡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금감원은 조직 개편과 무관하게 원리·원칙에 따라 제재심·분조위 등을 수행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기류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섣부른 예단은 없으면 한다"며 "(제재심·분조위 등에 대해) 이미 대부분 조사가 끝난 사안이고 제재심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연일 홍콩 ELS 사태를 들면서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은행장 간담회와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 거버넌스 회의에서 잇따라 "홍콩 ELS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일원 체제에서는 금융사고에 대한 감독과 검사, 제재심, 분쟁조정 등 금융 현안을 직접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검사·감독 기능이 분리되는 순간 그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정부·여당이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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