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대 은행, 10억 미만 금융사고 40건…느슨한 공시탓?
2025-10-20 15:14:17 2025-10-20 18:13:07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올해 들어서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발생한 10억원 미만 금융사고가 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은행법에 따라 은행들은 1억원 이상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공시 의무는 사고금액 10억원 이상 금융사고에 그칩니다. 10억원 미만 금융사고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0일 <뉴스토마토>가 이정문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25년 1~8월 말 기준 10억원 미만 금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소규모 금융사고는 총 40건, 피해 금액은 88억500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들어 8개월간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10억원 미만 소액 금융사고가 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미만 금융사고는 금융당국 의무 보고 대상이 아니라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나·신한·우리은행, 각 11건 
 
은행별로 보면 사고 건수는 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이 각각 1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농협은협이 4건, 국민은행이 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사고 건수만 놓고 보면 하나·신한·우리은행이 전체의 82.5%를 차지했습니다. 건당 평균 피해액이 1억~3억원대입니다. 
 
사고 금액 기준으로는 하나은행이 가장 많았습니다. 하나은행은 35억92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8개월간 발생했으며, 신한은행이 23억6200만원, 우리은행이 16억9600만원, 국민은행이 10억6900만원, 농협은행이 1억37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사기 사건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습니다. 신한은행은 6월 한 달 동안만 사기 사건 3건이 발생해 총 13억4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달 11억2800만원 규모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우리은행은 7월 사기 사고로 3억원의 피해를 봤고, 국민은행은 8월에만 6억1700만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업무상 배임·횡령·유용 등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사고도 꾸준히 보고됐습니다. 농협은행은 1월과 8월 각각 횡령·유용 사고가 1건씩 발생했으며, 신한은행은 2월에 업무상 배임 20건을 보고했습니다. 국민은행의 경우 미분양 상가를 이용한 대출 임의 취급 등 배임 사건이 연달아 확인됐습니다. 
 
소형 금융사고 대응 느슨 
 
문제는 이 같은 사고 대부분이 금융감독원에 보고되더라도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행 은행법34조의3 3항에 따라 사고금액 1억 이상이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시행령 20조의3 6항을 보면 사고금액이 10억원 이상을 경우에만 홈페이지에 의무공시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고 보고가 접수될 때마다 매 건 모니터링 중이며, 필요 시 현장검사를 실시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사고는 자체 공시나 내부 종결로 처리되며, 당국이 분기별 정기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확인할 수 있으나 발생 건수 외 횡령·배임·사기 등 구체적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더라도 외부 감독기관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 재발 위험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시중은행 내부에서도 소형 금융사고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 사고의 경우 은행이 내부 징계나 자체 점검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고 규모가 작더라도 유사 수법이 반복되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소형 금융사고는 이전부터 계속 있었으나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에 따라 내부통제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발생 건수가 더욱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폐쇄회로(CC)TV 발전으로 왠만한 소액 현금 횡령 등을 포착할 수 있게 됐고, 이상거래자동감지시스템(FDS) 도입으로 과거에 식별되지 못했던 소액 사고들이 더 많이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소형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내부통제를 통한 금융사고 예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돼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이면서 책임을 강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해두는 제도입니다. 
 
금융당국도 내부통제와 금융사고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3월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내부통제의 질적 제고를 위해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혁신 방안의 안착을 지도하고 미흡한 부분은 엄정 대응하겠다"며 "준법 제보와 이사회·경영진 간 소통을 통해 은행의 건전한 조직문화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주요 금융지주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만큼,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에게도 내부통제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사고가 반복되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피해액이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보안 사고를 일으킨 금융사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부과와 경영진의 보수를 일정 기간 회수하는 보수환수제 도입을 시사하면서, 내부통제와 보안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권의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각 은행들은 조직문화부터 재정비하면서 내부통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은행 ATM기 앞에서 돈을 챙기고 있는 모습을 인공지능 이미지로 제작한 모습. (사진=챗GPT)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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