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1 기관총 낙하 사고 원인, 조종사 과실 뿐일까?
극한 상황서 조작 할 비상투하 버튼 위치·안전장치 부적절
2025-04-21 17:35:43 2025-04-22 09:04:15
KA-1 전술통제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야간 훈련중이던 공군 KA-1 전술통제기에서 기관총과 탄약, 외부 연료통이 떨어진 사고는 조종사 과실인 것으로 22일 확인됐습니다.
 
공군은 연이은 조종사 과실 사고와 관련해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지휘관회의를 열고 '비행안전과 신뢰회복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공군은 "지난 18일에 발생한 'KA-1 비정상 투하 사고' 조사결과, 기총포드 등의 투하는 후방석 조종사의 부주의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공군은 "조종사는 바이저 위에 야간투시경을 쓰고 있었는데, 조종석 히터 송풍이 바이저 사이로 들어와 시야에 불편을 느낀 조종사가 임무 집중을 위해 송풍구의 풍량을 조절하려다가 송풍구 바로 위에 위치한 비상투하 버튼을 부주의하게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상투하는 항공기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한 착륙을 위해 연료탱크 등 외부장착물들을 떨어뜨리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후방석 조종사가 비상이 아닌 상황에서 다른 기능 조작을 하려다 실수로 비상투하 버튼을 눌렀다는 것입니다.
 
사고 당시 조종사는 헬멧에 장착된 바이저 위로 야간임무 수행을 위해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야간투시경의 영어 약자는 NVG(Night Vision Goggle)로 착용시 시야가 제한돼 한 때 '안보이지'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어 공군은 "이번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시행하겠다"며 "사고로 중단되었던 비행훈련은 오늘 오후부터 정상 실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KA-1 조종석 조작버튼 설계 오류" 지적도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조종사 과실과 함께 KT-1 항공기 조종석 조작버튼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공군과 KT-1 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KT-1의 비상투하 버튼은 송풍구 바로 윗쪽에 설치돼있습니다. 이번 사고 당시 조종사가 조작하려고 했던 송풍구는 지름 3.3㎝ 크기의 원형으로 자동차의 송풍구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손가락으로 조작해 바람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윗쪽에 있는 비상투하 버튼은 지름 3.5㎝ 크기의 원통형 프레임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크기와 모양, 조작방법이 비슷한 전혀 다른 조작 장치가 바로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처럼 조종사가 히터가 나오는 송풍구의 바람세기를 조정하려다 실수로 비상투하 버튼을 얼마든지 누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특히 비상상황에서만 작동시켜야 할 위험한 조작 버튼을 일상적으로 만질 수 있는 송풍구와 인근에 배치한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설계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한 KA-1 항공기는 기본훈련기인 KT-1을 기반으로 개조한 항공기입니다. 훈련기인 KT-1에는 필요 없었던 비상투하 버튼이 이 개조 과정에서 설치된 것이고, 이번 사고와 같은 상황을 예상했던 개발자들은 비상투하 버튼에 원통형 프레임을 덮어씌웠습니다. 하지만 긴박한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가 목숨을 건 극한 상황에서 조작해야 할 비상투하 버튼 치고는 위치나 안전장치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군은 비상투하 버튼의 안전장치 보강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동하(중령)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연이은 사고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오조작 예방 대책 등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 시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장 팀장은 "오늘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주관 아래 비행부대 지휘관회의를 열어 안전 대책을 강조하고, 안전강화 등 내용을 담은 '비행안전과 신뢰회복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공군은 이번 사고로 지상에 떨어진 실탄 500발 중 495발은 수거했지만 5발은 수거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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