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막말 모음.zip)③뒤쳐진 ‘성 인식’, 실언 반복에도 반성 없어
경사노위원장 시절 "젊은이들 개만 사랑해, 애 안 낳아"
10년전 대학 특강서도 "결혼 않고, 집집마다 개만 키워"
성차별 무지, 경기도지사 시절엔 "여성들 활동 폭 좁아"
2025-04-25 16:07:56 2025-04-25 16:47:42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3년 9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젊은이들이 개만 사랑하고 애를 안 낳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건 여성에게 강요되는 성역할, 성차별적 노동시장 등 구조적 원인 때문인데, '아이를 낳지 않고, 개만 키운다'는 말은 저출생의 원인을 여성들 탓으로만 돌리는 걸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10여년 전에도 유사한 말을 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뒤쳐진 성 인식은 '말실수'가 아니라 김 전 장관의 오래된 인식이었다는 뜻입니다. 김 전 장관은 현재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입니다. 누구보다 저출생 해결에 앞장서야 하지만 뒤쳐진 성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25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23년 9월21일 경사노위가 주최한 청년 경청콘서트(대구)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고 개만 사랑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또 "젊음은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다. 애를 낳아서 키울 줄 알아야지 개를 안고 다니는 것이 어떻게 행복일 수 있냐"라고도 했습니다. 
 
민동환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학생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문수 경선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발언이 나왔을 당시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2024년 7월31일 윤석열씨가 김씨를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비로소 알려지게 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과거 발언에 대해 "대구 지역 청년 일자리 문제를 청취하기 위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며 "청년을 탓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의 이런 발언은 2023년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2014년 12월2일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시절 서강대학교 특강에서 "지금 우리 젊은이들 결혼을 안 한다"며 "집집마다 개만 안고 있다. 개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개하고 사는 게 행복한 건지, 시집·장가가는 게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다"며 "제가 이렇게 물어보면, 돈이 없는 데 어떻게 장가가냐, 스펙부터 쌓아야지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결혼하면 돈이 생긴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당시 김 전 장관의 강연을 들은 학생은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는 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인데 결혼을 무작정 권하는 발언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문수 전 장관이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장관의 뒤쳐진 성 인식으로 인한 실언은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됐습니다. 그는 2011년 6월28일 도지사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여성들이 대체로 활동 폭이 좁다"며 "여성들이 문제가 있는데, 밤늦게 연락이 안 된다. 열 시 넘으면 통화가 안 된다. 여성들은 거의 다 그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14년 전 발언이라고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당시에도 김 전 장관의 발언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원미정 경기도의원은 2011년 7월5일 도의회에서 "경기도 수장으로서 일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단지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등 심각한 성인지 부재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차례 유사한 발언을 하고 비판을 받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률 0.78명을 기록한 초저출산 국가입니다. 저출생의 원인은 높은 집값, 교육비 등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성차별로 지목됩니다.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소폭 개선되고 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여전히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8%로 여성 육아휴직 비율의(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국가 지도자의 성 인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 전 장관은 '여성은 꾸며야 한다'와 같은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드러낸 일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는 2018년 5월30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산다? 이거 안 된다"며 "매일 씻고 다듬고 또 피트니스도 하고 자기를 다듬어줘야 한다. 도시도 똑같다”고 발언했습니다. 개발되지 않은 서울시를 가꾸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려는 것이었지만, 낙후된 도시의 이미지를 '화장하지 않은 여성'에 빗댄 겁니다.  
 
그는 2010년 11월2일 서울대 법대 초청 강연에선 "'소녀시대'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휩쓸고 있잖아요. 내가 봐도 잘생겼어 아주. 쭉쭉빵빵"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듬해 6월22일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것 아니냐”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발언이 논란이 될 때마다 김 전 장관의 해명은 늘 '본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의 고용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실언들이 지적되자 그는 "변사또 언급은 부정부패한 관리를 질타하려는 의도이고, '소녀시대'는 한류 열풍 주역으로 강조하려던 것"이라며 "발언 과정에서 의도와 다르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슬그머니 위기를 모면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실언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됐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