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연동이 돼야 하는데 역행한 것입니다.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을 핑계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고금리를 유지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역주행'
(그래픽=뉴스토마토)
2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4.38%입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평균 주담대 금리는 5대 은행 변동형 금리와 고정형 금리를 합산해 나눠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75%입니다.
그런데 1년 전인 2024년 3월 기준금리가 3.50%였을 당시에는 주담대 금리는 3.9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년 사이 기준금리는 0.75%p나 떨어졌는데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0.45%p 오른 것입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3.89~5.97%에서 3.94~6.29%로 상하단 각각 0.05%p, 0.32%p 올랐습니다. 금융채 5년물 주기 고정형 금리는 3.08~5.39%에서 3.14~5.64%로 0.06%p, 0.25%p 올랐습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 금리에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신금리를 살펴보면 이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예금금리 등 수신금리는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2.60~2.73%로 기준금리 2.75%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1년 전 정기예금 금리가 3.10~3.90%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하단 각각 1.17%p, 0.5%p 떨어졌습니다.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본질적 원천입니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산술적으로 이자 장사를 통한 마진(이익)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월까지 5대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는 1.38%p로 7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역대 최대 격차이기도 합니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47%p로 가장 컸고 △신한은행 1.40%p △하나은행 1.40%p △KB국민은행 1.33%p △우리은행 1.30%p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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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내리고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이유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는 낮췄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늘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면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금리로 운영비용과 신용위험, 자본비용 등을 반영한 추가 금리로 대출자의 신용등급, 담보 종류, 소득 안정성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대금리는 대출자가 은행의 다른 금융상품을 이용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 혜택입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기준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3.008%로 1년 전 2.754% 대비 0.24%p 올랐습니다. 반면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2.636%에서 1.605%로 1.03%p 내렸습니다. 이처럼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떨어져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가산금리는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금리'로도 불립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리 인하 시기 은행들은 대출 금리는 늦게 내리고 예금 금리는 바로 적용해 수익을 낸다"면서 "여기엔 우대금리와 가산금리 조정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가산금리가 몇 퍼센트인지는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몇 가지 기준 말고는 어떤 산정 기준에 따라 가산금리를 도출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사실 이자를 쌓고 싶으면 올리고 어떠한 핑계를 대면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내렸으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1일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 금리 안내.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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