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편두통 환자의 목 통증…뇌 때문일까, 목 때문일까?
2025-07-01 09:58:52 2025-07-01 14:13:05
상부 경추 촉진 검사(Upper cervical palpation test). (사진=Scientific Report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편두통은 머리의 병이다.” 의학계에서 오랜 기간 정설로 여겨지던 이 명제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독일 뤼베크(Lübeck) 대학교의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6월 25일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목 통증은 기존의 통념과 달리 뇌의 과민화나 전반적 통증 민감화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편두통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단서를 찾기 위한 의료계 노력의 한 결실입니다. 
 
편두통과 목 통증의 복잡한 관계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을 넘어 구토, 빛·소리에 대한 민감성까지 동반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초래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지정할 만큼 편두통의 영향은 큽니다. 특히 편두통 환자의 최대 77%가 동반하는 목 통증은 그간 편두통 증상으로 볼지, 별도의 목 장애로 봐야 할지를 놓고 학계 내에서 논쟁이 지속돼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간헐성 편두통을 앓는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상부 경추 촉진 검사(Upper cervical palpation test, UPT)를 진행했습니다. UPT는 목의 최상단 경추(C1, C2)를 손으로 눌러 통증을 유발하는 검사로, 환자들은 ‘통증 없음’, ‘국소 통증’, ‘전이 통증(머리로 퍼지는 통증)’ 등 세 그룹으로 분류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세 그룹의 차이를 다양한 통증 검사와 설문지 분석을 통해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편두통 환자의 목 통증은 중추 신경의 과민화(CSI), 기계적·압력 통증 역치(MPT·PPT), 목 장애 지수(NDI) 등 기존에 알려진 통증 민감화 지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즉, 환자가 목에서 느끼는 통증이 뇌의 통증 감수성 증가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 통증은 상부 경추의 독립적 문제일 가능성 높아”
 
이번 연구 결과는 편두통 환자들이 목에서 느끼는 통증이 상부 경추 자체의 독립적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상부 경추(C1·C2)는 해부학적으로 삼차신경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이 부위의 이상이 두통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이론(삼차신경-경추 수렴 이론)이 이미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 연관성이 중추 신경계의 일반적 통증 민감화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현상이라는 점이 새롭게 제시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2024년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경추 부위의 감각운동 기능 이상이 두통을 악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또한 2022년 연구에서는 목 부위의 특정 트리거 포인트를 치료하는 건식 침술이 목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케르스틴 루트케(Kerstin Luedtke) 교수는 “편두통 환자의 목 통증은 중추 감작이나 전체적인 목 장애와 명확히 구분되는 독립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향후 치료법 개발에 있어 목 자체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편두통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제기
 
이번 연구 결과는 편두통의 진단 및 치료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존에는 목 통증이 있어도 편두통의 한 증상으로 간주하고 진단과 치료에서 간과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목 자체의 기능 장애가 편두통 발생과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밝혀지면, 목 통증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치료가 편두통 관리에 필수적으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와 별도로 호주 커틴대학교의 2023년 연구에서는 편두통 환자들의 목 부위 치료가 편두통 발작 횟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목 부위에 대한 물리치료가 편두통 빈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편두통 환자의 관리와 치료는 뇌의 문제에 집중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목의 근골격계 기능 장애를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치료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편두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