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취임한 지 9개월 만입니다.
심 총장은 1일 오후 3시 '검찰총장 사직 입장문'을 내고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사의를 공식화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이 법무부에 사의를 밝힌 건 6월30일입니다. 퇴임식은 2일 오전 열릴 예정입니다.
심 총장은 사직 입장문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학계,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심 총장의 발언은 새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상황을 의식한 걸로 풀이됩니다. 6월4일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민주당 대표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의원도 저마다 '검찰개혁을 3개월 내에 완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38년 지기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며,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을 임명했습니다. 검찰 고위급 인사가 조만간 단행되면 검찰개혁이 본격화할 걸로 예상됩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9월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윤석열정부에서 검사장 승진·중용됐던 검찰 고위 간부들도 잇따라 사의를 밝힌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28기),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29기),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30기) 등입니다.
일부 간부는 사의 표명을 앞두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 검사장은 이날 이프로스에 "27년간 걸어온 검사로서의 길을 이제 멈추려고 한다"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라고 적었습니다.
양석조 검사장은 이프로스에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양 검사장은 "형사사법에 종사한 공직자의 최소한의 도리로서 짧게나마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 회피 결정·재판 및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및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29일 이진수 대검 형사부장(29기)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습니다. 이번에 심 총장에 이어 검사장들이 연이어 사퇴하면서 검찰 고위급 인사도 곧 단행될 걸로 예상됩니다. 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정진우 춘천지방검찰청장(29기)과 성상헌 대검 기획조정부장(30기)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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