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3000원 내고 극한체험…한강 달리는 '찜통버스'
시민들 "에어컨이 안 느껴져"…한강버스 체험 운항 중 무더위 논란
통창구조·실외기 위치 등 냉방성능 저하 유발…서울시 "개선 검토중"
2025-07-02 12:51:42 2025-07-02 14:49:38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여기 에어컨 틀어져 있는 거 맞나요? 우리 애 더위 먹을 것 같은데…" 
 
무더위 속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수상 여행을 기대한 시민들이 '찜통 체험'이라는 뜻밖의 고통을 마주했습니다. 서울시가 9월 정식 운항을 앞두고 시범 운영 중인 수상버스 '한강버스'가 냉방 성능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겁니다. 지난 1일, <뉴스토마토>가 직접 탑승해본 여의도~잠실 구간 체험 운항에서는 내부 공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 일부 승객들이 탈진 증세를 보였습니다. 서울시는 냉방 성능 저하의 구조적 원인을 뒤늦게 인지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강버스 시민 체험 운항 및 프레스투어가 열린 1일 한강버스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해 잠실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한강버스에는 약 80여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탑승했습니다. 한강버스는 총 192석 규모의 선박입니다. 하지만 이날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 탑승한 겁니다. 그런데 선박 내부는 마치 온실처럼 뜨겁게 가열돼 있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에어컨이 가동 중이었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선풍기나 다른 냉방 장비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선실 창가에 앉은 한 탑승객은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냉방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노년층 승객 중 일부는 움직임 없이 자리에 앉아 있거나 상체를 숙인 채 더위를 견디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탑승객들도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한 보호자는 "너무 더운데, 혹시라도 에어컨이 꺼진 게 아닐까 싶어서 직원에게 물어봤다"며 "아이가 너무 더워해서 걱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시민은 "더위 때문에 앉아 있기가 어렵다. 선실 밖은 바람이 불어서 더 시원할 것"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외부 갑판으로 나가려다가 포기하고 실내에 머물렀습니다. 외부 갑판이 자전거 거치대와 각종 시설로 인해 휠체어나 유아차는 다니지 못할 정도로 좁았기 때문입니다. 또 물건을 떨어트리면 바다로 굴러가 빠질 수 있을 정도로 펜스가 허술하기도 했습니다. 하필 이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해 실외에서도 오래 서있기 어려웠습니다. 
 
이날 서울 최고 기온은 섭씨 32도였습니다. 그러나 내부가 유독 더웠던 원인은 단순히 기온 상승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강버스는 측면과 상부에 파노라마형 통창을 설치해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설계가 강한 햇빛을 그대로 내부에 들여보내는 부작용을 낳은 겁니다. 한강버스 선체 담당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창을 통해 직사광선이 내부로 직접 유입, 온실효과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강버스 시민체험 운항 및 프레스투어가 열린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한 한강버스 내에 시민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냉방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선체 담당자는 "배 상단 옥상에 설치된 실외기가 직사광선을 받아 열 배출이 원활하지 않고, 이로 인해 에어컨이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한 것 같다"며 "통풍 효율이 낮은 점도 내부 열기를 빠르게 식히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체험에서 드러난 냉방 문제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6월 시범 운항 때도 100명 이상이 탑승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내부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은 없었다"며 "이번 체험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냉방 문제 해결을 위해 정식 운항 전까지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가 검토 중인 방안은 △통창에 자외선 차단 선팅 필름 부착 △실외기 위 차양막 설치 △개폐형 차량막 도입 △냉풍기 및 콘덴서와 같은 보조 장비 임시 설치 등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구조상 급격한 설비 변경은 어렵지만, 시민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체험 운항 중 일부 시민이 더위로 건강 이상을 겪었음에도 즉각적인 현장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더위를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있었지만, 이를 운영 인력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거나 조치하는 모습은 많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상약과 생수 등 기본 응급 물품은 준비돼 있었으며, 요청만 해주셨다면 현장에서 조치가 가능했다"며 "시민의 고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는 이후 시민 체험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도 일부 조정을 가했습니다. 오는 15일부터 진행 예정인 시민 체험 프로그램의 탑승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전 10시로 변경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항 시간대를 더운 시간에서 벗어나도록 조정, 유사한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강버스 시민 체험 운항 및 프레스투어가 열린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을 출발한 한강버스가 뚝섬 선착장에 도착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이날 탑승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이지수(12)군은 "더운 게 아쉽긴 했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여행하는 기분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최인현(35)씨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선내 냉방 상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고, 아내 김경미(39)씨는 "임산부 좌석이 따로 없고, 내부가 너무 더워 체력적으로 버거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한 고령의 탑승객은 "구경 삼아 탔다가 너무 더워서 중간에 내리고 싶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소음과 진동이 커서 대화를 하거나 편하게 쉬기가 불편했다"면서도 "배가 생각보다 빨라서 출퇴근 수단으로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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