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정부가 오는 4일로 출범 한 달을 앞둔 가운데, 재계에서는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한 새 정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국정 운영을 시작하며 숨 가쁘게 한 달을 보냈지만,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재계와 만나 지원을 약속하고 현직 기업인 출신을 중용한 실용적 내각 인선을 선보이는 등 이 대통령이 ‘소통’에 방점이 찍힌 혁신 성장의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노란봉투법 등 노동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한 달은 역대 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란 사태 여파로 인한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미국발 관세 충격 등 대외 불안 요인이 겹친 상황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진단에 따라 이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특히 지난달 13일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 간담회도 이러한 속도전의 일환으로 읽힙니다.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만남으로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성사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불필요한, 또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는 ‘친기업’ 메시지를 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새 정부의 정책 지원과 규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2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규제 개혁은 역대 거의 모든 정부가 하겠다고 했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았던 과제였다”며 “이 대통령이 실속 있고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로 알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터를 잘 닦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새 정부가 대통령실과 내각 등에 현직 기업인 출신을 인선 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이상 LG),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두산),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상 네이버) 등 기업인 출신을 중용하며 ‘경제 살리기’와 ‘기술 혁신’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사진=뉴시스)
재계에서는 이번 인선이 정부와 기업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정부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좀 더 기업들에게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속도감 있게 일을 해 나가겠다는 ‘상징성’을 표현한 인사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소통하려는 의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겠다는 취지로 보여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이 대통령이 오픈 마인드로 들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새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친노동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여전합니다. 여당은 오는 3일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상황으로 사실상 통과가 유력합니다. 여야는 이른바 ‘3%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막판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초기 공개 반발에 대한 부담이 큰 터라 고민만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또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과 주4.5일제, 정년 연장 등 노동 이슈도 화두로 불안한 기색도 역력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과 노동자 권익을 위한 노란봉투법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현재 통상 등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다발적인 규제가 들어오면 굉장히 대처하기 어렵기에 기업들 스스로가 먼저 고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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