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7월 2일 16: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향후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상상인그룹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위로부터 계열사 매각 명령을 받았으나, 사실상 불복 소송을 이어가며 기존 매각가를 고집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을 앞세운 상상인 측이 더 이상 매각을 늦추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는 진단과 함께 매각을 앞당기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도적인 발표였다는 추측도 흘러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총 대출채권에 대한 고정이하 비중은 22.78%다. 규모로 보면 약 2357억원이다. 지급보증 등을 합치면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4.7%며, 연체율은 21.3%다. 업계 평균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9.0%, 연체율이 10.6%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유니온 비교한 금융위…이유는 부실채권 확대
나아가 요주의이하 대출채권 비중이 46.32%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가 지난 6월 4차 공동펀드를 통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자산 1조2000억원을 정리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개선될 것으로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상상인플러스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각각 2.5%p, 3.2%p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상인플러스가 금융위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피하지 못한 것은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높지만, 언제든 부실채권(NPL)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는 요주의이하 비율이 총 대출채권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금융위의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유니온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유니온저축은행은 올해 3월 말 기준 총 대출채권에 대한 요주의이하 비율은 29.47%, 고정이하는 15.04%다. 부실 우려 규모도 요주의이하가 854억원, 고정이하가 436억원으로 크지 않다. 상상인플러스의 경우 요주의이하가 4792억원, 고정이하가 2357억원으로 부실이 우려되는 채권 규모 자체가 크다.
앞서 금융위는 상상인플러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을 받아 경영개선을 요구했다. 이는 적기시정조치 중 2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인 경영개선권고에 비해 상상인플러스가 이행해야 할 경영정상화 강도는 높지만 최악의 경우인 경영개선명령에 따른 영업정지 등 구조조정 조치는 포함되지 않아 통상적인 예대 업무에는 타격이 없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연체자산 정리 등을 통한 건전성 확충을 위한 것이라 밝혔다.
"금융당국, 상상인 계열사 매각 압박했을 수도"
상상인그룹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한 매각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23년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는 불법 대출과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85억원을 선고받고 1억1200만원의 별도 추징금도 부과받았다. 유 대표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 외에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18억원의 벌금과 추징금 59억원을, 상상인저축은행은 벌금 64억원과 추징금 32억원을 내야 한다.
이처럼 2곳의 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상인그룹은 불복 소송에 나서는 등 몸값 지키기에 나섰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도 가처분 신청이 올해 초 인용되면서 급한 불은 껐다. 강제이행금은 분기당 최대 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나, 가처분 신청으로 이행강제금을 최대한 늦춰 기존 매각가를 고수하는 전략을 짠 것이다. 이는 관련 업계서 매각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제값은 받아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수도권 영업망 확보를 위해 인수를 타진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도 매각가에 대한 시각 차 때문이라는 후문이 나오기도 했다.
상상인그룹은 현재 OK금융그룹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를 위한 실사도 마쳤고, 2월에 이미 적정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은 상상인과 병행해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도 진행, 협상력 강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인수가 보류되면서 상상인 인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다만 매각가 차이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은 늘어지고 있다.
상상인 측은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을 근거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금융위의 경영개선요구로 상상인 측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자본 확충과 부실자산 정리에 드는 비용이 매각가 산정에서 차감될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다른 인수 후보를 찾기 힘든 배경이 인수자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이번 금융위의 경영개선요구가 상상인 측이 고집하는 매각가를 낮추는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가 13년 만에 시행됐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상상인의 매각을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평가도 있다”며 “NPL이나 BIS비율 등 일부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거나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상상인을 찍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상인 측은 <IB토마토>에 향후 매각과 관련해 “따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