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통일교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당원명부 압수수색에 나서자 국민의힘이 '위헌·위법적 압수수색'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 앞에서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에서 "형사소송법 215조 포괄 영장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에 근거한 것으로 이런 국민의힘 주장은 무리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입니다.
19일 <뉴스토마토>가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영장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측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먼저 특검의 수사가 위헌·위법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송언석 위원장은 하루 전 긴급의총에서 "특검이 위헌적, 위법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는 "범죄 혐의와 무관하게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털어가겠다는 압수수색은 특검의 영장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또는 형사소송법 215조 포괄영장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 앞에서 현장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특검의 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형사소송법 215조 제1·2항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김건희 특검은 적벌절차에 따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때문에 위법적인 영장이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검은 김건희·윤석열 부부의 측근이던 전성배씨와 통일교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개입을 논의한 것을 포착해 수사 중입니다. 전씨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함께 해당 선거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을 당선시키려 통일교 신자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는 의혹입니다.
특검은 전씨가 2022년 11월 "'윤심'은 무엇이냐"는 윤 전 본부장의 질문에 "변함없이 '권'"이라며 "1만명 이상, 권리당원 3개월 이상 당비 납부"라고 대화를 나눈 문자를 확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려고 통일교 측이 신도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킨 정황이 확보된 겁니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당시 권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자 통일교 측은 권 의원 대신 김기현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추가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실제 통일교 측이 이권을 이유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는지 확인하려면 특검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국민의힘 국민의힘 당원 명단과 통일교 신도 명단을 대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교 측이 특정 정당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기틀을 흔드는 중범죄입니다. 정당법 42조에 따르면 정당 가입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승낙으로만 가능하며 강제 입당은 엄격히 금지합니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정당법 49조1항 2·3호의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정당의 대표자·투표로 선출하는 당직자의 선출을 위한 선거와 관련해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대표 경선 등의 자유를 방해한 자 △업무·고용 그 밖에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지휘·감독을 받는 자에게 특정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도록 강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국민의힘은 특검의 효용성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박준태 의원은 같은 날 긴급의총에서 "특검 제도는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에 폐지된 제도"라며 "(민주당이) 낡아빠진 제도를 가지고 정치 보복의 도구로 악용"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의 이런 주장은 윤석열씨가 야당의 특검법을 반대하던 논리와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박 의원의 말처럼 미국에서 특검법은 1999년 폐지됐습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불법 도청·은폐 사건인 '워터게이트'를 계기로 1978년 특검법이 제정, 운영됐지만 여야가 한시법이었던 특검법의 재연장에 동의하지 않아 폐지됐습니다. 특검이 정치적 공세 수단이 됐고, 광범위한 수사 범위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사 대상과 범위에 있어서 미국의 특검법과 한국의 특검법은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법조계 지적입니다. 현재는 폐지된 미국의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장으로 지목된 사람과 관련한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사 대상을 특정 사건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검의 출범 계기입니다. 검찰이 수사 대상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면, 김건희 특검을 포함해 3특검 출범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신뢰를 저버린 건 검찰입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건희씨에게 지난해 10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출범 후 수사 상황을 보면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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