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제주항공 자회사인 JAS가 반복적으로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적발, 장우영 대표까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입건됐습니다. 항공운수업은 주 52시간을 적용받지 않지만, 최소 휴게시간(연속 11시간)을 준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JAS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겁니다. 근무시간을 조작, 과태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주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JAS 직원들이 공항에서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2월 공항 내 버스에 직원 사망…근로감독 하니 '휴게시간 미준수' 20건 적발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은 지난 4월 JAS 김해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 지상조업사 램프직들의 최소 휴게시간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장우영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JAS는 제주항공의 자회사로, 항공여객 운송, 항공기 정비, 수하물 상하차 등 항공 관련 지상조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근로감독은 올해 초 JAS 김해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2월21일 오전 6시 무렵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서 40대 조업사 김모씨가 램프버스(승객 운송용)에 치여 숨졌습니다. 램프버스는 승객 수송 준비를 위해 주기장으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고를 낸 램프버스 운전자는 숨진 김씨와 같은 JAS 소속입니다.
김씨의 유족들은 이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산업재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노동청에 근로시간에 대해서 근로감독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램프버스 운전자가 전방 주시 등 안전 운행 규정을 위반한 배경엔 장시간 노동과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김씨의 배우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평소 남편은 회사가 최소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고, 새벽부터 밤까지 종일 근무를 연속적으로 시킨다고 말했다”며 “사고가 난 시간대는 업무가 집중되는 오전 6~9시였는데, 인력이 부족해 안전관리를 해야 할 지점장과 파트장까지 버스 운행에 투입됐다”고 했습니다.
노동청이 확인해보니 유족의 주장은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부산노동청 북부지청이 지난 4월 JAS 김해사업장 지상조업사 중 램프직 70~80명의 최근 1년치 근로시간을 확인한 결과, 최소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20여건이나 적발됐습니다. 항공운수업이 주 52시간 특례 업종이라서 연속 11시간의 최소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2항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 회사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노동자에게 연속해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JAS가 최소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JAS는 2023년 8월에도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인천사업장에서도 최소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적발, 지난해 초 중부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의 직무에 관한 실무를 담은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르면, 감독 실시일 기준 최근 3년간 근로감독 결과 동일한 사항을 다시 위반한 경우엔 형사처벌을 검토하고 사건을 수사기관으로 보냅니다. 이에 부산노동청 북부지청은 JAS가 3년 동안 동일하게 휴게시간을 미준수했다고 판단, 이 회사 장우영 대표를 근로기준법 59조 2항 위반으로 입건했습니다. 해당 조항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휴게시간 미준수' 감추려고 근무시간표까지 조작…2년 전에도 조작한 정황
문제는 또 있습니다. 부산노동청 북부지청이 JAS 김해사업장을 근로감독할 때 회사는 휴게시간이 잘 지켜지는 것처럼 '보이는' 근무시간표를 낸 겁니다. 그래서 해당 근무시간표에선 위반 사항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항 출입 기록과 대조하니 최소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적발된 겁니다. JAS는 김해사업장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12시간 넘는 종일 근무를 이틀 연속시키고도 근로기준법 위반을 의식, 근무시간표를 조작한 겁니다. 다만 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씨의 근로시간에 대한 위반 사항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부산노동청 북부지청은 또 JAS가 근로기준법 102조(근로감독관의 권한) 1항도 위반했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근로감독관 심문에서 거짓 장부나 서류를 제출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심지어 JAS는 2년 전에도 근무시간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25일 JAS 소속으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30대 천세현씨는 주거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의식을 찾았지만 지금까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천씨 가족은 과로로 인한 산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천씨의 연장근무 시간이 월 최대 90시간이나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최초 천씨 가족에게 연장근무 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표를 보여줬습니다. 노무사가 개입해 급여명세서를 통해 근로시간을 역추적한 뒤에야 JAS는 연장근무 시간이 포함된 근무시간표를 내놨습니다.
천씨를 대리하는 강도연 노무사(노무법인 청춘)는 “산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회사가 면피하려고 근로시간을 조작하는 행위는 산재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노동청과 근로복지공단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JAS의 거듭된 휴게시간 미준수와 그에 따른 장우영 대표 입건 사실에 대해 JAS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천씨 사고와 관련해서는 “근무 조작은 없었다"며 "노무사가 요청했을 때 연장근무 시간 등 필요자료를 제공했다”고 했습니다
한편, 현재 부산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김씨의 사망과 관련해 JAS 사업주가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JAS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처벌을 받게 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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