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조선 3사도 ‘파업 태풍’
올해 조선 3사 첫 공동 파업
현중·미포 합병 추진 ‘도화선’
2025-09-03 12:54:47 2025-09-03 14:31:1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제조업 전반에 파업 전운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자동차업계에 이어 조선업계도 본격적인 파업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울산에 주요 사업장을 둔 현대자동차 노조와 HD현대중공업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입니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면 마스가(MASGA)로 돛을 단 조선업계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일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중공업은 전날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이날 하루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합니다. 파업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수위를 높여 7시간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0여차례 넘는 교섭을 이어왔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노사는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인상과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갈등의 불씨는 지난달 발표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의 합병 소식으로 다시 타올랐습니다. 노조는 이번 합병이 회사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고용 불안과 전환 배치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입장입니다. 
 
사측은 글로벌 MRO(정비·수리·분해) 시장 진출과 마스가 프로젝트 수행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합병이 생산은 울산에 집중되고 수익은 지주사로 이전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 마스가 이후 체결한 첫 계약으로 알려진 미 해군 앨런 셰퍼드함 정비 사업의 경우, 실질적 생산은 울산 조선소에서 이뤄지지만 계약 및 수익의 60%는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 귀속되는 구조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울산 생산 현장이 단순 하청 기지로 전락해선 안 된다”며 “이번 합병은 단순한 법인 통합이 아닌 만큼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고용 문제 등 우려되는 사안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노조가 사측의 경영상 판단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며 공동 투쟁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노란봉투법’이 노조 측의 투쟁 명분을 강화하며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노사 갈등이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HD현대는 전날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 첫 선박 건조를 알리며 마스가 프로젝트 본격 가동에 나섰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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