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도 구조개편 화두…화약고는 '통폐합·전기료'
KDI 보고서…국내 전력도매시장 '경직성' 지적
"시장 메커니즘이 가격 결정토록 구조 개선"
2025-09-04 16:22:17 2025-09-04 16:47:2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가 공공기관의 통폐합과 구조 개편을 본격화한 가운데, 현행 전력시장의 경직적 구조를 지적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경직적인 전력도매시장 구조가 안정적 전력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대규모 정전 방지를 위해서는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체계를 시장 원리에 따라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게 KDI의 주장입니다. 
 
재생에너지 늘어나는데…현행 구조선 '대정전' 위험 
 
KDI는 4일 'KDI 포커스-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보고서를 펴내고 "현행 전력시장 구조는 고정된 가격 체계와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 증가로 인해 시장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전력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는 지난 2001년 10개사에서 2023년 6333개사로 급증했고, 전력 수요도 257.7TWh에서 546.0TWh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국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01년 0.04%에서 2023년 8.5%로 크게 확대되면서 전력 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현행 도매시장 구조는 변동성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변동성이 크다 보니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자칫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현행 가격 체계로는 투자 유인이 낮아 한계가 뒤따릅니다.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출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일·시간대별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전력도매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운다"며 "이에 공급량 변동성을 줄이고 유연성을 제공할 설비가 필요한데, 경직적인 전력도매시장에선 설비투자 유인을 확보할 수 없어 예비 전력 부족이나 출력 불안정에 따른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격 경직성' 문제…시장 기반 가격 결정 필요
 
국내 전력도매시장은 전력도매가격(SMP)을 발전사 입찰이 아닌 연료비 기반 변동비 평가로 산정합니다. 때문에 재생에너지처럼 변동비가 거의 없는 전원에는 적용이 어렵고, 출력 과잉 시 어떤 발전기의 출력을 제어할지 기준도 모호합니다. 용량 가격 역시 정부가 고정 투자비를 근거로 일률적으로 산정해 시장 변화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보조 서비스 가격도 총배정액을 전년도 공급 실적으로 나누는 방식이라 수요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KDI는 현재의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수요에 맞춘 가격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윤 연구위원은 "전력도매시장 내 전력량·용량·보조 서비스 간 가격 연계성이 약해져 신기술 투자를 유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 가격 결정 메커니즘 전반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우선 전력도매시장을 변동비 평가 방식에서 발전사들이 전력량 가격을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 입찰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주장입니다. 또 용량 가격을 시장 기반으로 결정해 필요한 설비 용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부연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 흐름을 제시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억제하고 필요한 설비 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규제 기관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력도매시장과 소매 요금 체계의 합리화 등 제도적 보완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윤 연구위원은 "독립 규제 기관을 통해 소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의 용량 및 보조서비스 보상 체계를 비롯한 가격 산정 규칙과 시장 지배력 감시 등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일관적 규제가 가능해진다"며 "전력도매시장이 세분화되고 시장원리가 강화될수록, 규제 기관에는 정교한 시장 분석 능력과 심사 역량, 법률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KDI는 소매 전기요금의 구조적 병목 해소도 꼬집었습니다. 윤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로 인해 전력도매시장의 기능별 가격이 변동하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 총 정산금의 규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며 "전력도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변동이 소매 요금으로 원활히 전달되도록 개선해 수요 반응에 따른 투자 유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여창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DI)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