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부동산 자금 쏠림을 지적해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보유한 강남 아파트 두 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 원장은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분은 한 달 내에 정리할 것"이라며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재산 내역 공개 요구에는 침묵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한 이날 국감에서는 이 원장의 강남 아파트 두 채 보유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원장의 부동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이 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장내가 한때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간 부동산 자금 쏠림을 비판해온 이 원장이 강남의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 일관성과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원장은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임명된 탓에 사실상 이날 국감은 사실상의 청문회 성격을 띠었고, 이 원장은 진땀을 뺐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 원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많은 우려가 제기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이 원장에게 발언대에 설 것을 요청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 원장이) 취임할 때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대출의 확대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청와대 앞에서 '다주택자의 고위공직자 임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지금도 다주택자에 대한 신념이 변함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이 신념과 달리 정작 본인은 강남에 두 채를 떡하니 소유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원장이 "실거주하고 있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한 가족이 아파트 두 채를?"이라고 되물었습니다. 강 의원은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문제는 금융원장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내로남불 리더십이 시장에 먹히겠느냐"고 질타했습니다. 또한 강 의원은 "만약 이 원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면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재명정부는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도권 규제지역 한도를 주택 가격 한도에 따라 더욱 줄였다"고 맹공을 이어갔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당 김상훈 의원도 "이 원장이 취임 시 부동산 대출과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잡겠다고 했다"며 "본인은 초고가 지역에 아파트를 두 채나 보유하고 있어서 위선적이라는 논란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재명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위선적인 듯하다"며 "이 원장은 참여연대 활동 당시에도 '다주택자의 고위공직 임명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원장이) 초고가 주택을 가지면서 입장을 달리한 듯하다"고 짚었습니다.
이 원장이 과거 '구로 농지 사건' 수임 사건에서 400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은 뒤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해 다주택자가 됐다는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김 의원은 "두 번째 아파트는 2019년도에 매입했다"면서 "당시에 구로공단 토지 강탈 사건 단체소송 수임받아 승소를 하면서 무려 400억원에 가까운 성공보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익변호사로 활동을 하면서 성공보수로 400억원을 받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 돈을 받고 나서 두 번째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순서상으로 보이는데 아파트 한 채는 물품 보관용이라고 밝히셨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 원장은 "그렇게 밝힌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이 "두 번째 아파트는 현금 자루 보관 아파트냐? 400억은 어디 보관하고 계시냐"고 묻자, 이 원장은 "집은 다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아니 400억이 어디 있냐"고 재차 물었고, 이 원장은 "금융기관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본인(이 원장이)이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 대출,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잡겠다고 하면서 초고가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강민국 의원은 이 원장이 부동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10·15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이후 금융정책을 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재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 원장은 "재산신고 관련해서 10월 말까지 신고가 예정돼 있는데 다소 지연된 듯하다"며 "아파트 관련한 부분은 지금도 (확인) 할 수 있다. 우면동 대림아파트인데, 거기 관련해선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아파트"라고 구두로 설명했습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10월 말까지 얼마 안 되니까 어차피 준비가 돼 있을 테니, 법에 얽매이지 말고 (부동산 자료를) 주실 수 있으면 주시라"고 중재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이 원장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도 "재산과 관련한 건 여러 가지 민감한 게 있는데, 아파트 관련한 건 얼마든지 (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강 의원은 "뭐하자는 거야 정말, 공인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여 한때 장내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한편 이 원장은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 논란과 관련해 "기존 소비자 보호 관행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구성원 모두가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근본적으로 디지털 금융안전법을 통해 GA(보험대리점)가 제도권에 편입돼 규제 체계에 들어오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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