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흔들리는 농축수산물 물가…기후 문제 결부할 때
2025-10-27 06:00:00 2025-10-27 06:00:00
"요새 십 몇만 원 가지고 쌀, 고기를 두루 사기란 불가능하죠…정부가 신경 쓴다지만 먹거리 물가는 도무지 낮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먹거리 가격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수년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누적된 데다, 올해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여파가 물가 전반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탓이다. 
 
사실 요새와 같은 늦가을에는 성수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이 지난 시기라는 점에서, 먹거리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오히려 추석을 전후해 먹거리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서민들의 좌절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54(2020년=100)로 전월 대비 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축산물(2%), 농산물(0.5%)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0.4% 높아졌다. 
 
세부 품목 중 상추는 전월 대비 무려 38.9%나 치솟았고, 쇠고기는 6.9%, 돼지고기는 3.3% 등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또 쌀 가격도 4.7%나 올랐다. 고기류는 추석 명절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올랐고, 쌀 같은 경우 올해 출하 시기에 잦은 강우가 발생하면서 수확 및 출하가 늦어진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약 1개월 정도 앞선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즉 연말까지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지표 급등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우리 식탁의 주식이나 다름없는 품목들이 급등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가공식품 구매나 외식의 경우 불편하긴 해도 소비를 줄이면 그만이지만 쌀, 고기는 그렇지 않다. 이들 품목의 가격이 오를수록 가정의 고통도 그만큼 커진다. 
 
게다가 11월 김장철이 다가오는 점도 변수다. 매년 이 시기에는 배추, 무, 마늘, 쪽파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는 '김치 대란'이 발생하며 전체 물가 불안을 키우곤 했다. 지난해에도 1개월 새 배추 가격이 30~40% 급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포장 김치 등 대체품의 가격도 치솟았는데, 올해 역시 이 같은 사태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래 먹거리 물가 진정을 사실상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가격 안정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 당장 다음 달 초에도 정부는 할인 지원, 정부 가용 물량 확보 등의 내용을 포함한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 발표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는 농축수산물의 수급 및 대응 시스템 아래 기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먹거리 물가 상승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가 더욱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 역시 기후변화가 물가 상승을 높이는 상수로 자리 잡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의 모습도 그렇다. 
 
이는 정부가 물가 안정 문제를 단순한 수급 시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후 리스크와 결부해, 이에 걸맞은 중장기적 측면의 혜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됐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폭우, 폭염 등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가 늘면 늘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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