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건자재·도료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건설 경기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추락하던 상황에서 물류비·유가·환율이 동시에 들썩이며 3중 악재가 겹쳤습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료·건자재 기업들은 현재 비축 물량으로 단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전쟁이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공통된 진단입니다. 특히 도료업계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아 건자재보다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료업체들은 원료에 따라 1개월~6개월분의 물량을 미리 비축해 둡니다. 평균 3개월이 지나면 비축한 물량을 다수 소진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입니다. 유가, 환율, 물류비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돼 원자잿값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한 도료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료를 3개월분 이상 비축해 놓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며 "환율과 유가 상승이 겹치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 조달하는 원료도 많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내 원자재 공급사들 역시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상승된 가격을 반영해 납품하면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로서는 큰 피해가 없지만 도료업계와 건자재업계는 상황을 숨죽이며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탓으로 이미 체력이 바닥나고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물류비, 환율과 유가가 동반 상승하면 그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6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류 업계는 전쟁과 운임의 구조적 연결 고리를 주목합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터지면 선사들이 가격을 대폭 올린다며 중동에는 거점 항구가 많고 유조선이 지나가는 핵심 통로가 있어 관련 기업들은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중동에 수출하던 국내 기업들의 선적 건들이 현재 중단된 상황이며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다수입니다. 중동 노선의 경우 운임이 기존 1500달러 수준에서 한때 4000~50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선적 자체가 멈추는 상황이 됐습니다.
유가 급등도 업계에는 또 다른 뇌관입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란 공습 이후 배럴당 84달러를 기록하며 공습 직전과 비교해 16% 가량 치솟았습니다.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37%가 올랐습니다. 도료 원료인 산화티타늄·에폭시 수지·용제류 등은 유가와 직접 연동되는 석유화학 기반 소재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원료 조달 단가가 오르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 원가에 반영됩니다.
KCC 측은 현재는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생산량 감소나 프로젝트 축소 같은 조치는 아직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장기화되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수출과 해외 법인이 많은 도료 쪽이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제품도 해외 법인을 다수 두고 있어 예외는 아닙니다.
중기부는 '긴급 물류바우처'를 신설하고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자금 대출 원금 거치기간을 최대 1년 연장하는 특별만기연장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책 지원이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건자재·도료 기업들은 이번 전쟁 여파로 인한 마지노선을 6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 안에 전쟁이 수습되면 재고와 국내 원자재 활용으로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6개월을 넘어 장기화될 경우 원가 상승분이 반영돼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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