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메모리 반도체가 역대급 호황을 맞아 훈풍이 불고 있지만, 완제품 제조사들은 급등하는 메모리 가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바일 업계에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으로, D램 비용 상승세가 계속되자 일부 제조사는 제품 인상 가격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분야의 ‘슈퍼 사이클’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상승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갤럭시Z 폴드7. (사진=뉴시스)
 
 
 
최근 반도체업계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모바일과 PC 등에 들어가는 칩 제조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30일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도 주요 CSP 업체(Cloud Service Provider·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확대되며 AI 연관 수요 견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반면 공급 면에서는 업계 내 재고가 정상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서 공급이 매우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급에 제약이 생기면서 모바일 업계에서의 D램 ‘사재기’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10나노급 5세대(1bnm) 생산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애플로부터 내년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의 주문량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습니다. 예컨대 애플이 차세대 제품(아이폰18) 출시를 준비하기 위해 모바일용 D램을 대거 주문할 수 있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이미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는 메모리 가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단가 인상에 나섰습니다. 최근 샤오미는 자사 저가 모델인 ‘레드미 K90’의 가격을 올리려다 소비자 반발을 사 첫 한 달 간 300위안(약 6만원) 인하하기로 하는 등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에 루웨이빙 샤오미 대표는 “저희가 공급망 전반의 상승 추세를 바꿀 수 없고, 저장장치(D램) 원가 상승이 꾸준히 웃돌고 있으며 그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LPDDR5X.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메모리 업계의 사이클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고공행진이 2027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D램과 낸드 등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승 기류가 계속될수록 메모리가 탑재되는 제품군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입니다. 
 
특히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을 모두 갖춘 수직계열 구조로, 부품의 외부 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D램에서 높은 영업이익이 창출되는 만큼, 단가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모바일 분야에서도 D램 수급을 위한 별도의 독자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전체적으로 벨류체인에 통합된 부분이 있어 어느 정도 시너지가 작용되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는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D램에 맞춰 제품 개발과 판매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모바일 분야는 별도의 방향으로 제품 개발을 하고, 가격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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