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심 유죄…'배임죄 폐지' 다시 논란
대장동 개발 비리 일당, 1심서 중형 선고
'경영계 달래기용' 배임죄 폐지에 불똥
국힘 "방탄 편법"…민주 "정쟁 멈춰라"
2025-11-03 18:13:15 2025-11-03 18:32:31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형법상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과 얽히면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일당들이 1심 재판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으며 화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 대통령과 대장동 사건의 연관성을 부각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논의된 배임죄 폐지가 이 대통령의 재판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마련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정부서 배임죄 폐지 '속도'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중 배임죄를 폐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은 달 30일 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태스크포스)'는 배임죄를 폐지하되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됩니다. 최대 징역 10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경영계는 배임죄의 모호성과 과잉 적용으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 형법 외 상법 등에서도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어 이중 규제라는 부분을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쉽사리 다뤄지진 않았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코스피 5000' 달성 공약과 맞물려 배임죄 폐지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두 차례 국회에서 처리하며 정부를 지원했는데요. 소액주주 권리 강화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연거푸 국회 문턱을 넘으며 부담을 느낀 경영계를 달래기 위해 나온 것이 배임죄 폐지입니다. 
 
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가 배임죄 폐지를 중심으로 하는 1차 방안을 발표한 날, 경영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배임죄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넓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왔다"며 "불필요한 형사처벌 위협에서 벗어나는 만큼 적극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배임죄 폐지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큽니다. 지난달 14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개최한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 진단과 대안 모색' 좌담회에서는 기업 총수의 사익 추구를 막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당시 "배임죄는 횡령이나 사기 등으로 규율되지 않는 경제범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며 "주주충실 의무 도입만으로는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조연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은 "배임죄를 폐지하면 재벌에 대한 통제 장치 약화, 정보 비대칭 심화 등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대통령 재판 무력화 가능성에…정치권 공방
 
경영계 문제로 다뤄졌던 배임죄 폐지는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대장동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성남시와 유착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화천대유자산과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은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에 가담한 일당 전원이 중형을 선고받자 국민의힘은 당시 최고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나, 관련 재판은 이 대통령의 취임 후 멈춰선 상태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의 불똥이 배임죄 폐지로 튀었습니다. 배임죄 폐지 시 이 대통령에 대한 혐의 자체가 불성립해 재판은 면소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1심 판결문에서 배임죄 폐지 우려가 언급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조형우 부장판사는 "배임죄가 폐지된다는 말이 선고 전까지도 논의됐는데 그 부분은 완전 폐지 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처벌 가능 영역을 유형화하는 대체 입법이 예상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배임죄가 실존하는 한 법원은 실정법 따라 형을 선고하고 구속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배임죄를 두고 공방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유죄 판결 직후 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반헌법적 성격이 짙은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법 전체를 없애려는 것은 명백히 이재명 방탄을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배임죄가 폐지되면 부실 경영으로 인한 피해 구제 통로가 막히고 소액주주 등 약자 보호 장치가 사라진다"며 "기업 간 불공정 내부거래나 계열사 간 유착을 제재하기도 어려워진다.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정치 공세로 치부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배임죄는 과도한 경제 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하려는 것으로 경제 활성화 법안이자 경제 개혁 입법"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대통령 구하기'로 매도하는 정쟁을 멈추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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