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서 마주 앉은 오세훈-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두고 평행선
김건희특검 8일 대질신문 진행…양측 주장 갈려
'피의자' 오세훈, 특검 첫 출석…"대납 사실없다"
'참고인' 명태균…"특검에서 증거자료 다 제시했다"
2025-11-09 15:22:14 2025-11-09 15:22:1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명태균씨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8일 오전 9시부터 12시간가량 김건희특검에서 대질신문을 받았습니다. 명씨는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후보를 수차례 만났고, 당시 오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를 했으며, 그 비용은 오 후보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입니다.
 
김건희특검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오 시장과 명씨를 소환해서 대질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명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관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은 바 있지만, 특검 소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질신문은 오전 9시40분쯤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열람조서를 마치고 두 사람은 저녁 9시 무려 각자 귀가했습니다.

특검은 두 사람의 대질신문을 통해 첨예하게 엇갈리는 양측 주장을 재확인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명씨는 특검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2020년 12월9일부터 2021년 3월4일 국민의힘 당내 경선까지 전체적인 과정을 특검에서 다시 확인했고, 저는 의혹없이 그대로 다 말씀드렸다”면서 “(오 시장이)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 특검에서 오 시장이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 하는 부분들에 대해 증거 자료를 다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명씨에 이어 특검 사무실을 나온 오 시장은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긴 했지만, 말하는 정황이나 이런 걸 보면서 아마 공정한 특검의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 시장은 ‘특검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많이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5년 전의 일이라 소상하게 기억하는 게 오히려 오색한 일들이 많다”며 “솔직하게 기억 안 나는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씀드렸고, 여러 정황을 봐서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건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습니다.
 
오 시장이 받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후보가 명씨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받았고, 그 대가로 오 시장이 자신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로 하여금 미래한국연구소의 실무자였던 강혜정씨 계좌에 3300만원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오 시장은 김씨의 비용 지급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명씨는 오 시장이 김씨에게 대납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엇갈리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명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주선으로 오 시장을 총 7차례 만났다고 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이 당시 당내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의뢰했고, 그 대가로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태균씨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명씨는 지난달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오 시장의 면전에 두고 “오 시장이 여태껏 ‘명씨를 두 번 만났다’고 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며 “모두 일곱 번 만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2021년 1월) 22일 오 시장이 (명씨에게) 울면서 ‘나경원이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온다는데, 큰 일 났다.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게 맞느냐”라고 묻자 “(오 시장이) 저한테 그렇게 전화했다”고 답했습니다. 명씨는 여론조사비 대납 관련해서도 “오 시장이 직접 비용 대납을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오 시장은 국감에서 민주당 행안위원들이 명씨 발언에 관해 해명을 요구하자 “(명씨) 본인이 일곱 번 만났다고 주장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나를) 스토킹한 것”이라며 “특검 대질신문에서 밝히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여기에서 밑천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은 자신의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낸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브리핑을 통해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2021년 1월쯤 (명씨를) 두 번 만난 걸로 기억한다”며 “당시 선거캠프를 지휘하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에게 ‘(명씨가) 선거를 돕겠다고 하니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보라’며 넘겨준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김한정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3300만원을 보냈다는 걸 알고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명태균씨가 지난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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