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케이뱅크가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심사를 무사통과할 경우 내년 초에나 공모청약을 진행하겠지만 관심사는 일정보다 공모가입니다. 지난해 희망 가격을 밑도는 기관들의 평가에 공모를 철회했는데 올해라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 장외 시세를 감안할 경우 투자 매력도 크지는 않아 그사이 발표될 3분기 실적과 시장의 변화가 중요해 보입니다.
희망가-시장 눈높이, 격차 좁힐까?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합니다. 10일 코스피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는 소식인데요. 심사에 대략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참고하면 연내 상장은 어렵겠지만 통과할 경우 내년 초엔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단 소식에도 장외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10일 케이뱅크의 장외가는 보합세였으며 11일에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거래도 평상시보다 조금 늘어난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케이뱅크가 과거 두 번이나 IPO를 추진하다 철회했던 이력과 현재 장외가에 비해 공모가가 크게 높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6년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 설립한 후 5년간 적자 끝에 2021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꾸준히 이익을 쌓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엔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9월 말 현재 수신 잔액은 30조4000억원, 여신은 17조9000억원으로 먼저 상장한 경쟁사 카카오뱅크의 절반 정도 규모입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다가 시장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않아 자진 철회했는데요. 당시 목표로 했던 몸값은 5조3000억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1년 사이 시장의 평가가 크게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케이뱅크의 총 발행주식 수는 현재 3억7569만5151주입니다. 여기에 현재 장외시세인 주당 9000~9300원을 곱해 추정한 시가총액은 3조4000억~3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이번 IPO에는 지난해보다 공모주식 수를 줄여 구주 포함 6000만주 정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처럼 이중 절반인 3000만주를 신주로 발행할 경우 약 2800억원이 추가돼 예상 시총은 3조7000억~3조8000억원이 됩니다. 사측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공모가를 현재 장외가보다 50%는 높게 잡아야 할 텐데, 장외시장 반응이 미지근한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에도 희망공모가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으나 기관 수요예측에서 이를 밑돌아 상장을 철회한 이력이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시장이 케이뱅크의 공모가를 어느 정도로 평가할지 알 수 없으나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거나 그들이 지분을 팔 때 함께 팔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하므로 웬만하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10월 기업공개(IPO) 추진 당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케이뱅크의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적 제자리…대출 규제까지
케이뱅크가 처한 환경은 현재 장외가보다 공모가가 크게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시장의 눈높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비교해 보면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본총계는 자산 71조9138억원에서 부채 65조2782억원을 뺀 자본총계는 6조6356억원입니다. 지난해 44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3705억원을 기록 중입니다. 작년 동기보다 소폭 증가했는데요. 3분기 이익만 보면 감소했습니다.
하반기 전망도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세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탓에 여신 중 비중이 90%를 초과해 가계대출 의존도가 높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수익성이 더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게다가 다른 은행, 은행지주들은 주주환원을 강화해 밸류업 정책이나 배당소득 세제 개편 등의 호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은 여기에도 동승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 결과 강세장에서 소외돼 수개월간 횡보하던 은행주들이 이제 막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는 분위기에서 카카오뱅크만 홀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688억원, 상반기 누적 8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는데요. 지난해는 상반기에 85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후 연간으론 1280억원을 기록,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부진한 모습이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보다 감소한 2분기, 2분기보다 감소한 3분기 순이익을 기록해 케이뱅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까 우려됩니다.
케이뱅크와 여수신 규모가 비슷한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해 457억원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 40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이익 규모는 적지만 주목도는 더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케이뱅크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케이뱅크의 상장을 계기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재평가받게 될지 반대로 인뱅 3사의 약세를 굳힐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14일 또는 다음 주 17일 공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실적이 관건입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서프라이즈가 아닌 이상 분위기를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케이뱅크가 제시할 희망공모가는 예비심사를 통과한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장외시장에서 현 시세대로 케이뱅크를 매수하는 것보다 장내의 카카오뱅크를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또 카카오뱅크보다는 일반 은행주들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사진=케이뱅크)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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