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쿠팡의 음식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로도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주문 감소를 체감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빠르게 성장해온 쿠팡이츠의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알려진 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쿠팡이츠 주문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줄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배민 주문이 더 많다", "국감 이후 주문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경험담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그간 배달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배달의민족을 빠르게 추격해왔는데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카드사 결제 자료에서도 지난 8월 기준 쿠팡이츠의 서울 지역 결제액은 2113억원으로 배민(1605억원)을 웃돌았습니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역시 성장세를 뒷받침합니다. 쿠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2조8455억원, 영업이익은 2245억원으로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죠.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정보 유출이 처음 알려진 지난달 29일 쿠팡이츠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305만2134명으로 전주 대비 소폭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사태 장기화 시 추세가 굳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료 멤버십 해지나 탈퇴 등 이른바 탈팡 흐름도 감지되지만 정작 쿠팡 생태계를 벗어나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는 이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각종 품목을 부모님 대신 주문해온 직장인 최모(35)씨는 "쿠팡만큼 다양한 품목을 한 번에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쉽게 탈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영업자들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서울 강남에서 요리 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 도매 단위로 구매하면 재고 부담이 크다"며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쿠팡뿐이라 당장 떠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쿠팡 멤버십에 묶여 있는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서비스 역시 이용자 고착화를 강화하는 요인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정모(33)씨는 "주말에도 영업해 장보러 갈 시간이 많지 않다"며 "쿠팡이츠까지 묶여 있어 다른 플랫폼으로 완전히 바꾸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와우 회원에게 무료배송을 제공한다고 해도 쿠팡이츠 고객 감소 흐름을 막긴 어렵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혜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쿠팡 자체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쿠팡이츠 역시 당분간 이용자 감소 추세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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