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노리는 페니트리움…'제2의 페니실린' 꿈꾼다
세포외기질 연화 기전으로 가짜내성 극복
'키트루다' 병용…항암 신규 패러다임 제시
2025-12-17 13:31:26 2025-12-17 14:36:20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현대의학은 기존 판도를 뒤흔든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실수로 개발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과 인류 최초의 감염병 정복을 도운 천연두 백신, 팬데믹 탈출에 기여한 mRNA 백신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현대ADM(187660)바이오가 니클로사마이드 기반의 후보물질 '페니트리움'으로 차세대 항암 게임체인저 지위를 노립니다.
 
우연에서 시작된 게임 체인저…엔데믹 앞당기기도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샬레에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던 중 휴가를 떠났다가 푸른곰팡이가 균을 먹어치운 괴상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발견된 순간입니다.
 
실수로 발견된 페니실린은 거듭된 연구 끝에 미국에서 제형화를 이뤘고,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기적 특성과 맞물려 많은 생명을 살리는 공을 세웠습니다.
 
페니실린 발견보다 약 200년 앞선 1798년에는 천연두 종식을 불러올 단초가 마련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천연두는 치명률이 30~100%에 달하는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설사 천연두에 걸렸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신체 곳곳에 심한 흉터를 남겨 마마, 두창, 역질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천연두 종식의 시발점 역시 우연에 기반합니다. 영국 의사로 활동하던 에드워드 제너는 소젖을 짜면서 우두에 걸렸던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데 착안해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사람에게 접종했습니다. 현대적 개념의 백신을 고안한 셈입니다. 당시로선 바이러스를 사람 몸에 주입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관념 자체가 없었는데, 상식을 깬 최초의 백신 덕분에 천연두는 1977년을 끝으로 소멸했고, 인류가 처음으로 박별한 질병으로 기록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전염병 극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이어졌고, 새로운 유형의 백신이 개발됐습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한 약독화 백신 또는 생백신으로 시작해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등의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팬데믹 도중에도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재조합 백신이 연이어 개발돼 각국으로 퍼지면서 전통적인 백신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건 mRNA 백신이었습니다.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하는 mRNA 백신은 개발 플랫폼만 구축하면 대상 질환을 넓혀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경우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들보다 높은 예방율을 보여 효능 측면에서도 우수성을 입증했습니다. 엔데믹에 접어든 뒤 mRNA 백신 개발사들은 치료제 영역으로도 진출해 활용 폭을 키우는 중입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회장이 지난 10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페니트리움' 비임상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현대ADM바이오)
 
구충제의 진화…항암 신규 패러다임 제시
 
페니실린과 천연두 백신을 중심으로 한 종두법, mRNA 백신이 이전에 없던 '최초'의 물질이었다면 니클로사마이드는 개발된 지 70여년이 된 전통적인 약물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니클로사마이드는 구충제로 사용됐습니다. 바이엘에 의해 구충제로 개발된 니클로사마이드는 높은 안전성으로 꾸준히 이용됐으나 생체이용률이 낮은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모달리티 확장 속도는 더뎠습니다.
 
현대ADM바이오는 자체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으로 니클로사마이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효능은 높였습니다. 현대ADM바이오가 니클로사마이드에 적용한 DDS는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기술입니다. 이후 현대ADM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페니트리움이라는 이름을 붙여 항염, 항바이러스 등 여러 효능 중 항암을 선택했습니다.
 
페니트리움의 항암 효능은 비임상에서 확인됐습니다. 현대ADM바이오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비임상 췌장암 모델에서 암세포 주변의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을 와해하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ECM은 암세포가 면역세포 또는 외부에서 주입된 항암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쌓는 방어벽입니다.
 
현대ADM바이오는 ECM으로 항암제 효과가 발현되지 않는 현상을 '가짜내성(pseudo-resistance)'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암세포에 약물이 닿더라도 효능을 내지 못하는 일반적인 내성과 달리 가짜내성은 암세포 주변의 환경 변화로 항암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게 현대ADM바이오 설명입니다.
 
비임상에서 새로운 항암 기전을 찾아낸 현대ADM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페니트리움 임상시험 1상 계획(IND)을 제출했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러지는 이번 임상에선 면역관문억제제 블록버스터 '키트루다'를 병용해 가짜내성 기전을 검증합니다.
 
병용 파트너로 키트루다를 선택한 건 범용성 때문입니다. 현대ADM바이오는 키트루다의 항암 효과가 특정 암에만 국한되지 않아 다양한 암종에 대한 페니트리움의 효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원동 현대ADM 회장은 "페니트리움 병용요법 임상은 비임상에서 증명된 페니트리움의 가짜내성 극복 기전이 인체에서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가짜내성을 진짜내성으로 오인해온 80년 항암 치료의 최대 오류를 실증하고, 새로운 항암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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