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웨스팅하우스 노예계약' 공익감사 청구…감사원, 기관운영만 봤다
감사원, 한수원에 일부사안 감사 실시…한수원·한전 '협조체계' 한정
비밀협정 체결 과정·적정성 등 핵심 감사 요청 사안들은 '종결' 처리
권향엽 "감사원, 핵심 사안은 비켜가…산업부, 결과 발표 뭉개지말라"
2026-01-05 17:57:07 2026-01-05 17:57:0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이른바 '노예계약' 의혹을 감사한다고 했지만, 정작 핵심인 불공정 비밀협정에 대한 조사는 비껴간 걸로 확인됐습니다.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웨스팅하우스와 협정을 맺은 경위, 국익 침해 여부 등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감사원은 이를 외면한 겁니다. 대신 정기감사 수준의 기관운영이나 한전과의 협조체계 등 지엽적인 부분만 들여다 봤습니다. 사실상 보여주기식 감사에 그쳤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5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9월19일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로부터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했지만,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당시 시민단체 등 시민 813명은 감사원에 △비밀협정 체결 과정 경위와 적정성 △협정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했는지 여부 △협정과정에서 공익 비교형량 과정 준수 여부 △향후 원전 건설사업과의 연계성 등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시민단체에 노예계약 건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안 중 대다수를 종결 처리했다고 통보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4일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를 개최, 공익감사 청구 대상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지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이에 원래 예정됐던 '한수원 정기감사'에서 해당 사안을 포함해 감사를 실시했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입니다. 감사 내용 등에 대해선 "현재 감사결과를 내부 검토·처리 중에 있어 감사위원회의의 심의·의결로 확정되지 않은 감사내용 및 감사결과 등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수원은 '노예계약을 감사해 달라'는 공익감사 청구를 한수원에 대한 정기감사로 갈음한 셈입니다. 한수원 등 3개 기관에 대한 정기감사는 2025년 11월27일부터 12월17일까지 진행됐습니다.  
 
감사원, '노예계약' 안 보고 한수원·한전 '협조체계'만 조사
 
감사원의 이런 행태에 대해선 보여주기식 감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취재 결과, 감사원이 감사 실시를 결정한 사안은 '한수원·한전 협조체계'에 한정됐습니다. 핵심적으로 감사를 요청한 사항에 대해 감사원은 '정책적·외교적 사안이 함께 얽혀 있다', '위법·부당함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종결 처리하고,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로부터 입수한 '한수원·한전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불공정협정 관련 감사청구 검토 결과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협정과정에서 한수원과 한전이 각각 독립된 법적·사업적 주체로서 이원화된 원전수출 구조를 짚으면서 "발생 가능한 비효율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없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공익감사 청구를 종결 처리 사유에 관해선 "외교관계 등 국가의 기밀 및 안전보장 영역과도 관련된 사안이므로 감사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협정과정에서 국익을 따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경제적·법적 리스크를 분석하는 등 공익형량 비교 절차를 거쳤다"며 "위법 또는 부당함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했습니다.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도 "체코 사업의 경제성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그 손해가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향후 원전 수출 영향 평가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본 협정은 비밀유지 의무가 적용되어 개별 협정 내용은 공개될 수 없는 사항에 해당한다"며 "개별 조항의 내용·수준이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권향엽 의원은 "감사원이 한수원 원전계약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으나, 핵심 사안은 모두 비켜간 것으로 드러났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를 마치고도, 용두사미가 된 감사원 감사를 핑계로 결과 발표를 뭉개고 있는데, 장관은 언약한 대로 국회에 보고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해 10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산업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본지는 앞서 지난해 9월 <(단독)TF 꾸린 산업부…체코 노예계약 '반대 의견' 나온 한전 이사회 조사>기사를 통해 산업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노예계약'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를 하고 있는 걸로 확인된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8일 제1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 산업부 조사 관련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보고 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에서 이와 관련해서(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비밀협정) 산업부에 조사들을 지시했다. 언제쯤 결과가 나오냐"고 묻자, 김 장관은 "제 생각엔 다음다음 주 정도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의원이 "국회에 보고할 거지요?"라고 하자, 김 장관은 "적절한 자리가 되면 보고토록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수원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어 국회에 자료 제출을 미루는 상황입니다. 산업부는 권향엽 의원실에 "현재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 관련 한전·한수원을 대상으로 공익감사가 청구된 이후 관련 기관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음에 따라 관련 자료의 제출이 어렵다"며 제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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