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미래 20년, 정기선의 ‘플랫폼’ 승부수
동세대 경영인 중 가장 먼저 전면 등장
‘젊은 리더십’ 앞세워 먹거리 선점 가속
2026-01-05 14:45:12 2026-01-06 09:18:2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조선·중공업계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경영 방정식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선박을 건조하는 제조업의 틀을 벗어나 설계부터 운항,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입니다. MZ세대와의 격의 없는 소통과 현장 밀착형 경영으로 광폭 행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세대 경영인 중 가장 먼저 총수로서 리더십 전면에 나선 정 회장이 그릴 HD현대의 향후 20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5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오프닝 2026'에서 정기선 회장(맨 앞줄 가운데)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HD현대)
 
HD현대는 5일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프닝 2026’ 행사를 열었습니다. 임원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시무식의 형식을 깨고, 직원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다는 정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5년 가장 큰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차세대 CAD, 소형모듈원전(SMR), 건설기계 신모델 출시 등 미래 투자를 지속하면서 조선·건설기계·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한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보호무역 확산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기술 중심’ 경영 철학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 회장이 그리는 조선업의 미래는 단순 제조를 넘어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AI 설계·생산과 연료전지·배터리팩·소형모듈원자로(SMR)·해상풍력까지 아우르는 디지털·에너지 전환의 통합에 닿아 있습니다. 선박을 판매용 완성품이 아닌 운항과 유지보수까지 연결되는 '해양 플랫폼'의 기점으로 재정의하고, 조선업을 확장 가능한 거대한 생태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 회장이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업 암흑기를 직접 경험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2010년대 조선업 장기 불황 당시 연간 적자가 5조원에 달했던 시기를 거치며 더 이상 ‘노동 집약적’ 구조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러 조선을 기술 기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2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 회장은 2022년 그룹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그룹 공식 명칭을 HD현대로 변경하면서 ‘기술 중심의 초일류 기업’ 비전을 선언한 이후, 기술 전략 전반으로 구체화해왔습니다. 특히 미래기술연구원 등 전략 조직을 직접 챙기며 2046년까지의 장기 로드맵 설계를 주도했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CES에 참가해 ‘오션’과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잇달아 발표한 것 역시, 그룹의 미래 플랫폼 구상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이 같은 미래 전략은 ‘관리형 총수’보다는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 스타일에서도 드러납니다. 최근 울산에서 열린 ‘하이파이브 데이’에서는 4시간 동안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통 행보는 김장 나눔 봉사 현장 참여, 생산·연구개발 거점 방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재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젊은 총수’ 흐름 속에서도 눈에 띕니다. 차세대 리더로 함께 거론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달리, 정 회장은 선제적으로 리더십의 전권을 행사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을 전략 안보 산업으로 보고 방산·국가 수요에 집중하는 한화와 달리 현대는 플랫폼과 기술 산업으로의 확장을 선택했다”며 “산업 구조를 통째로 재설계하려는 승부수가 향후 HD현대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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