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발표한 인공지능(AI) 행동계획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AI 위험성을 통제하거나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가 전반을 아우르는 AI 정책을 수립하면서 기술 개발과 활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AI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참여연대와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등은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AI행동계획이 규제 혁신이란 이름으로 특정 AI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AI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권리와 구제 방안은 부재하고, 개인정보 보호 원칙조차 무시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12개 분야 98개 과제를 담은 '국가AI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계획에는 오는 2030년까지 '피지컬 AI' 세계 1위를 목표로,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포함됐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 등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화하고,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을 보장하는 법 제도의 정비 추진 내용도 담겼습니다.
참여연대와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국가AI행동계획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민단체들은 AI 기술의 위험성을 통제할 방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AI 기술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AI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이미 시민사회가 반대했던 원칙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AI 기업들의 책임성을 강화할 장치도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AI 기술로 인해 수많은 의제들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행동계획에 그런 의제들이 반영되지 못한 이유는 AI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당사자들이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령, AI 기술이 성차별을 비롯한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행동계획엔 디지털 성착취물의 단속만을 고려할 뿐, AI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AI 정책 수립 과정에서 차별·혐오 문제를 인지하고 평등권 보호를 위한 성평등 대책을 마련하고 여성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소속 김은진 변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AI 기술로 인한 고위험 분야의 인권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에 집중된 논의 구조를 벗어나 사회적 공론장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AI 기술에 직접 영향을 받는 집단과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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