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한국형 핵추진잠수함(K-SSN)은 단순한 무기 도입 사업이 아니다. 이는 해군 전력의 한 축을 바꾸는 것을 넘어, 외교·원자력·산업·예산·동맹 구조 전체를 동시에 움직이는 국가급 전략 프로젝트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제도적 준비 상태는 이 사업의 무게에 전혀 걸맞지 않다. 기술은 준비돼 있고 산업은 대기 중이며 안보적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지만, 이를 하나로 묶는 국가 관리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공백을 메우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핵추진잠수함 특별법'이다.
핵추진잠수함은 기존의 방위 사업 관리 체계로는 결코 완주할 수 없다. 전차, 일반 전투함, 전투기와 달리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력 규제, 핵연료 관리, 국제 비확산 협의,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 수십 년에 걸친 연료 주기와 안전 관리까지 동시에 포함한다. 이는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대통령 책임하에 외교부·과기정통부·산업부·원안위·국방부가 결속된 ‘국가 프로젝트’로 관리되어야 할 사안이다. 법적 근거 없는 TF(태스크포스)나 부처 간 협의체로는 이 복잡한 구조를 조정·통제할 수 없다.
특히 핵연료 문제가 결정적이다. 핵추진잠수함에 사용되는 저농축우라늄(LEU)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국제 비확산 체제와 한미 동맹, IAEA(국제원자력기구) 신뢰 구조가 교차하는 정치적 자산이다. 연료의 조달, 제조, 장전, 회수, 관리 전 주기를 어느 기관이 책임지고 어떤 절차로 국제사회에 설명할 것인지는 법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법이 없으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책임이 없으면 외교 협상도 시작될 수 없다.
조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국방부는 작전을, 방사청은 획득을, 과기정통부는 연구를, 외교부는 협의를 각각 따로 맡는 구조에서는 의사결정이 끊임없이 분절된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에는 이 모든 기능을 하나의 지휘 체계로 묶는 대통령 직속 전담 PMO(Project Management Office)가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파견하며 권한을 부여하려면 반드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특별법 없이 만들어지는 조직은 언제든 해체될 수 있고, 외국 파트너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한다.
예산 역시 법이 없으면 확보될 수 없다. 핵추진잠수함은 단년도 사업이 아니라 최소 10~15년에 걸친 연속 투자 프로젝트다. 원자로 개발, 연료 주기, 조선소 시설 보강, 핵잠수함 지원 전용 부두 건설, 승조원 훈련, 안전 규제 체계 구축까지 모두 장기 예산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행 국가재정법과 방위사업 예산 구조에서는 이러한 장기 연동 투자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특별법이 있어야 다년도 예산, 전용 계정, 연료 주기 비용까지 포괄하는 재정 틀이 만들어진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 IAEA와의 사찰 체계, 그리고 핵연료 공급국 등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이라는 삼중 외교를 전제로 한다. 상대국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한국 정부가 이 사업을 국가로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특별법은 한국이 임기응변이 아니라 제도와 법률로 이 사업을 관리하겠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 핵탄두 장착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중국은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을 양산하고 있고, 일본도 경항모를 비롯한 해군력 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 거세지는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 건조를 결정한 만큼,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핵잠 건조를 결정한 이상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추진하려면 1분기 내에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할 경우, 올해 예정된 한미 원자력·방산 협의, IAEA와의 협의 일정, 산업계의 투자 결정 타이밍을 모두 놓치게 될 수 있다. 그 결과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신뢰 상실과 비용 폭증, 그리고 전략적 기회 상실로 돌아온다.
핵추진잠수함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통치의 문제다. 법이 없으면 조직도 없고, 조직이 없으면 책임도 없으며, 책임이 없으면 국제사회도, 동맹도, 산업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과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단 하나의 결단, 즉 '핵추진잠수함 특별법'이다. 이것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해양 전략과 산업 전략, 그리고 안보 주권은 그만큼 더 멀어진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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