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합동수사단(합수단)에 파견됐던 백해룡 경정이 14일 경찰로 복귀합니다. 합수단은 이달 중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지만, 수사팀 내부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입니다. 앞서 백 경정이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반발, 언론에 별도 자료를 뿌려 합수단을 비판하자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백 경정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백 경정은 13일에도 97쪽짜리 '추가 수사사항 경과보고' 자료를 내고 '추가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검과 경찰청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합수단 바깥에선 '임은정 편'과 '백해룡 편'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 경정을 밀어낸 합수단 수사는 거짓'이라는 주장, '백 경정이 실체 없는 의혹'을 키웠다'라는 반론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서로가 평행선을 달리는 셈입니다. <뉴스토마토>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와 백 경정이 전날 배포한 자료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과 향후 수사로 밝혀져야 될 내용들을 되짚어 봤습니다.
백해룡 경정이 지난해 10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서 '수사 외압' 있었나?
사건의 시작점은 '윤석열정부가 세관 마약수사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 의혹입니다. 백 경정은 지난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만들어진 필로폰 74㎏을 국내에 유통한 범죄 조직을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백 경정은 검거·수사 과정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에 가담했다'는 밀수범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수사를 더 진행하려고 했더니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경정은 수사 외압 정황을 윗선에 보고했습니다. 2023년 10월 백 경정은 조병노 영등포경찰서장(현 전주 완산경찰서장)과의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이 뭘 알겠는가.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힌다"며 "들리는 이야기는 '대통령실에서 (사건을) 알게 돼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말을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이에 조 서장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느냐"라고 되묻습니다. 당시 일에 관해 조 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 경정이)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9일 합수단의 중간 결과 발표 결과에서도 대통령실의 압박·외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합수단은 "실제 영등포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수사 외압 등을 확인하려고 경찰청·인천세관, 피의자 주거지·사무실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46대, 이메일·경찰 내부망인 폴넷 등을 포렌식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부당한 지시가 오간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합수단은 백 경정이 공보규칙상 필요한 상부(서울청 수사부장, 경찰 국가수사본부 마약계 등)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상부에서 백 경정에게 세관 수사 브리핑을 연기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가 세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전 언론 브리핑을 계획, 수사기밀을 유출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약 의혹, '김건희 일가' 관련성?
국수본이 대통령실에 세관 마약 사건에 관해 최초로 보고한 건 2023년 10월10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일가가 마약 밀수 등의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대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백 경정이 당장 확인할 수 없는 의혹을 섣불리 언급해 신뢰성에 '흠'을 낸 건 부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합수단은 지난해 12월9일 중간 결과 발표에서도 "명예훼손 등 피해가 상당히 증폭되어 수사가 종결된 일부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우선적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검찰의 사건 무마·은폐 의혹, 김건희씨 일가의 마약 의혹 등에 대해선 계속 수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달 중 합수단이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땐 이런 지점에 대해 확인된 내용이 포함될 지도 주목됩니다.
'구멍 뚫린' 합수단 중간 수사 결과?
합수단은 앞선 중간 결과 발표에서 "백 경정이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범들의 거짓말에 속아 세관원을 엉뚱하게 의심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거짓말에 속았다는 근거로 마약 조직원끼리의 허위 진술 종용 정황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경찰이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말입니다.
합수단에 따르면, 밀수범 3명은 경찰 조사 단계에선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진술했지만 합수단으로 넘어 와선 '세관 직원들이 우리 일행을 인솔하는 등으로 도와준 사실이 없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또 세관 직원을 어떻게 특정했는지 경위에 관해 경찰 조사 단계에선 '세관 유니폼(제복)을 입은 사진', '상반신만 나온 사진' 등을 언급했으나 합수단이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수사한 결과 밀수범들이 말한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합수단의 중간 결과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말레이시아 마약 범죄조직이 2023년 1~2월 집중적으로 국내를 드나들었다는 건 합수단 수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허위 진술에 속아 수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마약이 들어온 것은 사실인 겁니다. 당시는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시기였습니다. 세관을 비롯해 경찰, 검찰 모두 마약 수사에 열을 올리던 때였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검찰 단계에서 공범 수사도 미진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조직에 필로폰을 유통시키고 막대한 이익이 발생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고, 누가 챙겼는지는 향후 합수단의 수사 결과에서 확인돼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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