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 시 설정했던 재매입(바이백) 옵션 행사를 사실상 포기하며 러시아 시장 복귀 불가를 공식화한 가운데, 그 대체지로 14억 인구가 밀집한 인도를 낙점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를 수시로 방문해 인도법인(HMI)의 역대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를 성공시킨 것도, 러시아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인도를 ‘글로벌 제2 허브’로 굳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4년 인도 뭄바이 현대차 인도법인 증권 상장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성 김 사장은 최근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와 만나 인도 내에서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의 사업 현황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번 면담은 현대차가 인도를 글로벌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자리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러시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이후 재매입 옵션을 통해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국제 제재 지속으로 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러시아 생산 중단으로 발생한 연간 20만대 이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완료했습니다. 이로써 인도는 연간 100만대 생산 시대를 열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 지도를 재편하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습니다. 기존 첸나이 공장과 탈레가온 공장을 합치면 인도 내 생산능력은 한국을 제외한 해외 거점 중 최대 규모가 됩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도는 여전히 인구 대비 자동차 보급율이 낮은 국가로, 향후 성장 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며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의 친환경화는 인도의 현실과 정책이 맞물려 독자적인 궤적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발표한 3륜 및 마이크로 4륜 EV 콘셉트 이미지.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법인 IPO를 통해 확보한 약 4.5조원을 바탕으로 인도 내 전기차(EV) 밸류체인 구축과 현지 특화 모델 개발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인도를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수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복안입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의 상당 물량을 주변국으로 수출하며 ‘메이드 인 인디아’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해왔습니다.
인도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발맞춰 현대차는 현지화 투자를 협상 레버리지로 제시하며 각종 인센티브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현대차는 인도 타밀나두주와 대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지 배터리 시스템 조립 공장 설립 등 인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실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2026년까지 인도 시장 내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 거점을 확보하는 등, 과거 러시아에 쏟았던 자원을 인도로 완전 이전해 점유율 1위 탈환을 노린다는 전략입니다. 현대차는 한때 인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최근 마루티 스즈키와 타타모터스 등 현지 업체들의 약진으로 2위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이에 전기차와 3륜 및 마이크로 4륜 EV를 출시해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시장 복귀 포기는 뼈아프지만, 세계 3대 시장인 인도에서의 IPO와 생산 확대는 현대차의 기존 ‘신남방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최적의 윈윈 카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는 지정학적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인도는 중장기 성장성이 뚜렷한 시장”이라며 ”현대차는 신흥시장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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